휴대폰과 나, 적당한 거리 찾기

손안의 작은 기계

by 리베르테

휴대폰을 끄고 한 시간을 버티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연락이 오는 곳도 없고, 내가 특별히 연락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휴대폰을 늘 무음으로 두곤 한다. 전화가 올 일도 드물지만, 혹시라도 벨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다양한 모임에서 연락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필요한 순간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예전보다 쉽지 않아졌다.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연락이 잘 안된다”라는 말을 듣는다. 부재중 전화를 보면 다시 연락하고, 카카오톡도 늦더라도 꼭 답장한다. 그럼에도 기다린 시간이 있어서인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괜히 비난받는 듯한 기분이 들을 때도 있다.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친구가 저녁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 오후 2시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내가 확인한 시간은 3시였다. 그런데 문자에 “너 연락 왜 이렇게 안 돼?”라는 말이 도착해 있었다. 1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전화받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동시에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연락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런 말을 듣다 보니 마음에 조급함이 생겼다. 괜히 휴대폰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 ‘성의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요즘은 연락의 빈도가 서로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 같다. 그래서 휴대폰을 자주 보지 않는 나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연락이 잘 안되는 사람’이 되어 있곤 했다.


문득 오래전, 처음 휴대폰이 생겼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사무실에서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연락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상사는 이렇게 말했다. “휴대폰은 자신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타인을 위해 필요한 거야.” 그 말은 질책처럼 들렸지만, 나는 무심한 척했어도 마음 한구석에 계속 맴돌았다. 결국 후배가 쓰던 중고폰을 물려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막상 휴대폰이 생기자, 신기한 마음에 괜히 자꾸 문자를 확인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굳이 기다리지 않던 연락도 기다리게 되었고, 상대가 전화받지 않으면 ‘왜 안 받지?’ 하며 조급해지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금세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고, 상사의 말도 비로소 이해되었다.


돌이켜보면 휴대폰은 분명 편리함을 주었지만,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게 한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휴대폰을 덜 보고, 답장이 조금 늦더라도 죄책감을 덜 느끼기로 했다. 정말 급한 일이면 다시시 연락이 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몇 시간쯤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 즉각적인 응답보다 잠시 생각을 담은 한마디가 더 소중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 휴대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휴대폰 없이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휴대폰과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노한다. 내 시간의 주인은 여전히 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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