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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같은 나의 하루

일상을 주말처럼

by 리베르테

지금 지내는 일상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묻는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보니 어떠세요?" 이 질문에는 때로 기대하는 답이 있는 듯하고, 때로는 순수한 궁금증이 담겨있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되묻곤 한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퇴직 후의 삶이 궁금하다면, 지금 보내고 있는 주말을 돌아보세요." 실제로 나의 일상은 이전의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하게 되는 말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지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소속된 곳이 사라져 허전함에 시달리며 날마다 두려움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 남편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심지어 출근하듯 주 6일을 평생교육원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다.

평생을 이른 아침 출근길에 올라 저녁에야 귀가하던 일상이 갑자기 멈춰 선 후, 찾아온 막막함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어 서니,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이 오히려 평화로웠다.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은 도깨비방망이로 주문을 걸면 뚝딱 이루어지듯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망하는 내 모습으로 오늘을 살다 보면, 그것이 자연스레 미래의 내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귀엽게 살아가면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만나는 이도 줄고 바쁜 일상도 사라져 밋밋한 나날이지만, 그 어떤 것에도 속해 있지 않은 자유가 좋다. 주어진 모든 시간이 온통 나의 것이라는 사실이 기쁘다. 누구의 구속도, 비교도 없이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이 순간이 소중하다.


타인의 규칙도, 요구되는 틀도 없이 오직 내가 정한 약속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안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고 내가 나를 정의해 나가는 이 시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이 시간을 온전히 '나다운 나'로 살며 마음껏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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