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에 담긴 마음
기차역에 가면 설렘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특별한 감정이 밀려온다. 만남을 기다리며 환하게 웃는 이들, 헤어짐이 서운해 시무룩한 사람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 역이다.
나는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이들 중 하나였다. 예정된 행사를 마치고 서울역에서 정기와 승기를 만나기로 했다. 아이들을 만난다는 생각만으로 벌써 가슴에 훈훈해졌다. 서울역은 평소와 다름없이 인파로 가득 찼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아이들을 찾는 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듯 어렵지 않았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천천히 걸어가던 중, 멀리서 승기의 모습이 또렷해졌다. 승기가 두 팔을 벌리고, 활짝 웃으며 걸어왔다. 둘이 마주 서자 서로 꼭 껴안았다. 한때 내 품에 안기던 꼬마 승기는 이제 내 어깨를 훌쩍 넘는 품 넓은 청년이 되었다. 승기 특유의 환한 미소는 해바라기처럼 밝고 따스했다.
"형은 오는 중이에요"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멀리서 정기가 걸어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기의 윤곽이 또렷해졌다. 정기가 활짝 핀 꽃처럼 환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엄마 잘 지내셨지요? 오랜만이에요!" 하더니 두 팔로 꼭 안아주었다.
아이 안을 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온기는 세상의 그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아이 손에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주었다.
"엄마!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엄마가 좋아하는 보라색 꽃으로 준비했어요. 승기와 함께 마음을 담아 골랐어요.“
보랏빛 수국과 장미, 에델바이스가 섞인 꽃다발이 이뻤다. 보라색 톤의 꽃들로 이쁘게 포장된 꽃다발은 단순한 선물 이상이었다. 꽃잎 하나하나에 담긴 아이들의 마음이 아름답게 빛났다.
꽃다발을 받아 들던 순간, 북적이는 서울역의 소음이 일순간 멈추었다. 그 넓은 공간에 우리 셋만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