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의 따뜻한 발걸음

D-5

by 리베르테

아침을 먹고 근처 인디고 서점과 영화관에 가보기로 했다. 어제처럼 아침 식사 후 졸음이 몰려와 나가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어떤 환경에 놓이든 적응하는 것이 살아가기 위한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방에서는 아이가 아침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준비되면 부르겠다며 편안히 있으라는 아이의 말이 고마웠다. 아침은 늘 샐러드와 빵, 커피였다. 그런데 오늘은 아보카도와 아스파라거스 볶음, 으깬 감자가 추가되었다. 좋아하는 채소를 보니 벌써부터 포만감이 들었다.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는 아침 시간이 즐거웠다. 나는 아직 낯설어 조심스러운데, 아이는 마치 오래 이곳에서 지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이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이 우리 집과 비슷하다며 친숙하다고 했다. 편안해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정리를 마치고 외출할 곳과 시간을 정했다. 밖은 흐리고 바람이 불어 추울 것 같았지만, 근처도 거닐어보고 필요한 장보기를 하기로 했다. 털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단단히 싸매고 밖으로 나갔다. 칼바람이 불었다. 영하 15도.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낮았다.


마을에 있는 학교를 지나 반듯하게 걷다 보니 큰 도로가 나왔고, 건널목 건너편에 우체국이 보였다. 우체국을 보니 편지를 보내고 싶어 졌고, 어디서나 반가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인디고 서점과 영화관, 그리고 스타벅스가 보였다. 칼바람을 맞아 얼굴은 발갛게 변했고, 말할 때마다 연기처럼 뿌연 입김이 서렸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이 춥다거나 멀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서점에 들어갔다. 아담하고 작은 곳이었다. 책뿐만 아니라 생활소품과 레코드 음반까지 모두 갖춘 편집숍 같았다. 한강 작가의 책이 있는지 둘러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영어를 모르니 있다 해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뿔싸! 어제 미션도 수행할 겸 한강 작가의 책이 어디 있냐고 물어볼걸! 아쉽기만 했다. 다시 가게 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서점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영화관엘 갔다. 영화를 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낯선 외국의 영화관의 모습이 궁금했다. 문을 열자 구수한 팝콘 냄새가 훅 들어왔다. 어디든 영화관 냄새는 다 같구나. 생각하며 웃었다. 상영되는 영화가 모하나2와 알 수 없는 공포영화였다. 입구에 표를 파는 곳이 있고, 왼쪽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 미니 오락실이 있었다, 추워서인지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익숙한 팝콘 냄새와 따뜻한 실내 온도로 마음이 편안했다.


다시 밖으로 나가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코스트코에 가서 계란과 주스, 그리고 소고기를 사는 것이었다. 장 본 것을 가방에 넣어 메고 오는 것이 편하겠기에 둘 다 배낭을 메고 장을 보러 갔다. 한 번 와봤다고 처음처럼 어색하지는 않았다. 주말보다 평일에 장보기가 수월했다. 다음부터는 평일을 이용하기로 했다.


계란, 오렌지 주스, 소고기, 쿠키, 로메인과 요구르트를 가방에 나누어 담았다.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계란은 아이가, 오렌지 주스 두 병은 손에 들었다. 나는 장갑을 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계란을 든 아이의 손이 추위로 빨갛게 변했다. 장갑을 건네주었더니 아이가 웃으며 "손에 안 맞아요. 엄마가 두 손 다 따뜻하게 끼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바람이 차고 춥지만 걸으니 좋다며 둘이 웃고 떠들다 보니 집에 도착했다. 걷기에 좋은 거리였다. 아이는 추웠는지 몸을 녹여야겠다며 장 본 것을 정리하더니 얼른 위층 방으로 올라갔다.


오늘 하루 새롭게 시도한 것은 마치 이곳에 사는 사람처럼 시장을 보고 거리를 걸었다는 것이었다. 새로움은 언제나 두렵고 불안하지만, 이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의미 있는 외출이었다.


20250121_131056[1].jpg


20250121_130549[1].jpg
20250121_130344[1].jpg
20250121_130243[1].jpg

- 인디고 서점의 이모저모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아들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