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폭포와 따뜻한 인연

D-16

by 리베르테

”오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가요. “


갑작스러운 제안에 잠시 망설였다. 날씨는 영하로 떨어져 있었고, 창밖으로는 눈발이 쉼 없이 날리고 있었다. 먼 길을 운전하시는 수고가 마음에 걸렸다. 정중히 사양했지만, "신세 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다녀오자"며 웃으셨다. 두 분의 눈빛에는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 아이와 함께 가면 좋겠다며 의견을 물어보라고 하셨고, 아이는 당연히 좋다며 기뻐했다.


예배를 마친 후, 집에 들러 두툼한 모자와 장갑을 챙겨 출발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실제로 보게 된다니! 책에서만 보았던 그곳을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렜다. 겨울의 폭포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


가는 길에 근처 맛집이라며 'Binh Minh'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을 들렀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국수 한 그릇이 차가워진 몸을 녹여주었다. 향신료 가득한 이국적인 식당 안은 따뜻했지만,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길이 미끄러울까 염려되어 다음을 기약하자고 말씀드렸지만, "눈이 곧 그칠 거예요. 그냥 가보죠!"라고 하셨다. 이런 날씨에 베풀어 주시는 친절을 편히 받아들이기가 왠지 어려웠다. 친절을 기꺼이 받고, 받은 만큼 베풀면 되는데,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차 안에서는 캐나다 이민 1세대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담긴 목소리로, 힘들었던 시절과 이방인으로서의 불편함, 그리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변화한 이민자들의 위치까지 담담하게 들려주셨다. 50분 동안 이어진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마침내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했다. 먼저 나이아가라 강 상류로 향했다. 푸른 강물이 넘실거렸다. 폭포의 물은 북아메리카의 5 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에서 시작해 나이아가라 강을 따라 흘러온 후 온타리오호로 이어진다고 설명해 주셨다. 사람 한 명 없는 나이아가라 강 상류는 패키지여행으로는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이었다.


잠시 강 상류에서 물결을 바라본 뒤, 캐나다 구스를 보여주겠다며 차를 돌리셨다. 한적한 곳에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하얀 눈 위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구스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처음 보는 많은 수의 구스였지만, 두 분은 "오늘은 평소보다 적네요"라며 웃으셨다. 문득 캐나다의 유명한 구스패딩 브랜드가 떠올랐다.


이어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폭포, 캐나다 쪽에 위치한 말발굽 모양의 호스슈 폭포(Horseshoe Falls)로 향했다. 이곳에서부터 걸으면 미국 쪽의 아메리칸 폭포(American Falls)와 가장 작은 브라이덜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까지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고 하셨다. 두 분은 얼마 전 가족여행으로 이곳을 다녀가셨다며, "팀홀튼에서 커피 마시고 있을 테니 천천히 구경하고 오세요"라고 하셨다.


폭포 앞에서 나는 한낱 먼지처럼 느껴졌다.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이토록 장엄한 풍경을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캐나다가 마주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폭포의 웅장함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매서운 바람과 눈비 속에서 젖은 옷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폭포 근처는 사방이 눈꽃으로 뒤덮여 있었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는 천둥 같았다.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지며 일으키는 물보라는 하늘로 솟구치는 연기처럼 보였다.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아름다운 것은 쓸모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익하다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


문득 『레 미제라블』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자연이 주는 감동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깊은 가치를 더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오늘 이 여행이 그러하듯이.


미국 쪽 폭포는 상대적으로 작고 아기자기해 보였다. 추위 속에서 폭포 주변이 하얗게 얼어붙은 모습은 마치 동화 속 겨울왕국 같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액티비티가 있다고 했지만, 날씨 탓에 운영하지 않았다. 아이는 "다음에 꼭 다시 와서 배도 타고 동굴도 가보자!"며 아쉬워했다.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시 오기로 폭포와 약속했다.


한 시간 남짓 걸으며 옷과 신발은 완전히 젖어 얼어붙었다. 하지만 불편함보다 벅찬 감동이 더 컸다. 하얀 눈으로 덮인 나이아가라 폭포의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폭포 맞은편 언덕에는 클립턴 힐(Clifton Hill) 거리가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왁스 뮤지엄, 기네스 기록 전시관, 하드락 카페 등 화려한 불빛과 신나는 음악이 가득했다. 활기찬 거리를 지나 두 분이 계신 팀홀튼 커피숍으로 향했다.


따뜻한 불빛 아래에서 두 분이 다정하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보더니 한달음에 일어나 "옷이 다 얼었네, 감기 걸리겠다"며 따뜻한 커피를 사주셨다. 카페에 앉아 몸을 녹이며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어떤 좋은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한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여행의 큰 행운이에요. 세상에 우연한 인연은 없어요.” 라는 말씀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과 달리 카페 안은 따뜻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모든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이 커다란 기쁨으로 다가왔다.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 주위를 하얗게 덮은 눈처럼, 내 마음에도 소중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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