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 배우는 것들

D-29

by 리베르테

아침에 사붓사붓 내리던 눈이 점심시간 즈음이 되자 펑펑 쏟아졌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며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여갔다. 눈은 마치 우리를 고립시킨 듯한 느낌을 주었고, 눈보라 속에서 모든 것이 멈춘 듯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도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듯했다. 바깥은 너무 추워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날, 집 안에서는 아이와 함께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아이가 나에게 이미지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컴퓨터 기능을 배우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곳에 와서 자유자재로 많은 기능을 다룰 수 있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작업하는 아이에게 자꾸만 질문을 던졌다. 배우는 자체가 신기하고 흥미로웠고, 동시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설렘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들은 대로 메모를 하며, 아이는 내가 익힐 때까지 숙제를 내주며 옆에서 자신의 작업을 이어갔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과 작업 방법은 내가 전혀 몰랐던 분야였고, 그걸 배우는 일이 꽤 어려웠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따라가기에도 벅찼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낯설고 불편했다.


설명을 듣고도 자꾸 잊어버리며 질문을 반복하는 내 모습에 아이는 전혀 짜증을 내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내가 이해할 때까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 모습이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재미가 생겼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더 커졌다.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가면서 아이와의 수업은 점점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둘이 함께 1층에서 하루 종일 지내며, 눈이 계속 쌓여가는 것을 보았다. 바깥은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쳤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아이와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만큼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아이와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1층에서 함께 작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곳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중에도 제설 작업을 한다. 도로와 집 앞 모두, 많은 눈이 쌓이기 전에 수시로 눈을 치운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설 작업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설 차량이 골목길의 눈을 먼저 치워주는지 궁금해져서 문밖을 나가보았다. 그런데, 옆집아저씨가 눈이 내리는 와중에 제설 기계를 들고 와서 눈을 치우고 계셨다. 제법 많은 눈이 오고 바람까지 부는 추운 날씨라 아저씨의 수고에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죄송한 마음에 내가 눈을 치워보겠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시며 안된다고 하셨다. 눈을 치우는 삽을 가지고 나와서 치우려고 하자, 그마저도 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이 대화는 모두 바디랭귀지로 이루어졌지만, 소리 없이 혼자서 조용히 그 일을 해내시는 아저씨의 마음이 참 감사했다. 아마 창밖을 보지 않았다면, 그분의 따뜻한 마음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골목길 여기저기서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보았다. 이 작은 마을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 날이었다. 서로의 시간을 주고받으며 함께 보내는 눈 오는 날, 그리고 이웃의 고마운 마음까지, 오늘 내가 느낀 감사함과 행복은 하루를 넘어서 계속 내 마음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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