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주말일기

테라로사, 미술관

by 낯선여름

1. 일요일 아침, 나만의 평화


집돌이들이 차례로 학원으로 독서실로 나가줘서

마지막 녀석 태워준 다음 바로 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본격 전시 관람을 하기 전,

드립 커피 한잔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서 테라로사부터 들른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자리도 제법 많고 여유롭다. 아, 나는, 이런 곳에, 이런 것에 갈증이 있던 사람이었지, 새삼 깨닫는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까지, 참 좋다.


입구에서 주문하러 가는데, 과 선배가 눈에 띄는 자리에 혼자 앉아 있다. 학번은 가물가물하지만 나름 유명한 분이라 나는 그를 한 눈에 알아봤다. 그는 노트북에 아예 얼굴이 들어갈 듯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하지 못했다.

평생 또 못 볼지도 모르는데, 인사할 걸 싶다가도,

뭘 또 그렇게까지, 싶고.


2. 국립현대미술관 관람

오늘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는 오로지 정영선 전시를 위해서! 83세의 조경 전문가로서 그녀가 우리나라의 웬만한 유-명하고 중요한 조경은 거의 다 했는데, 왜 몰랐었던가.


86년 아시아선수촌아파트부터, 대전엑스포, 예술의 전당, 여의도 샛강 공원, 선유도 공원, 희원, 경춘선 숲길, 사우스케이프, 제주도 오설록 티뮤지엄, 휘닉스파크, 아모레퍼시픽 식물원, 등등


조경을 땅에 쓰는 한 편의 시,라고 여겼다는 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 우리 땅에서 서식하는 생태를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우리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조경을 하셨다고 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어른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운 좋게 도슨트 시간도 맞아서 40분간 함께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알고 보니, 다시 보는 전시물에 그 노력과 정성스러운 마음이 손으로 작성한 설계도 스케치에 입혀져 하나하나가 작품으로 다가왔다.


전시관 하나의 작은 전시였는데, 가득 찬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와 한동안 그 여운을 머물게 했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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