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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출근 일기

또 다른 문제들, 나를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by 낯선여름

1. 또 다른 문제 발생

서비스센터에서도 우리가 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아니, 관심, 보다는 영향, 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거다. 우리의 작업으로 인해 변화하는 수많은 메뉴명, 경로를 업데이트해야 하니 작업이 많아질 예정.

꼼꼼한 그 부서 분들은 미리미리 움직여서 문의를 많이 한다. 나와는 협업이 가장 잘 되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고, 간혹 내가 실수를 하면 전체 메일로 하지 않고 개인 메일이나 메신저로 알려주는 고마운 분! (이게 별 거 아니지만, 굉장히 고맙다!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를 전체 부서 넣고 회신하는 센스 없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단 말이냐. 더러는 사악하고 대체로는 무지해서 나오는 행동들)

그런데, 오늘은 그녀가 사뭇 심각하게 연락을 해왔다. 지금 미리 작업하려고 하는데 일본어 번역이 너무 이상해서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예를 들어 보내 준 2개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일본어가 도착하기 전이긴 하지만 주요한 것들, 일부 페이지는 이미 적용되어 있는데, 아직 일본어는 볼 여력도 없었던 것.

매일이 사건이지만, 오픈할 때까지 정말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일본어는 우선 중요한 것들 위주로 도쿄 지점에 보내서 급히 수정을 해보고, 남은 리뷰 과정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도쿄 지점 직원과 연락을 했다. 다음 주까지 해결해 볼 문제. 장기적으로는 번역회사에 항의할 사항.


2. 나를 찾아오는 후배들

오늘은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는 절친한 후배 두 명이 각각 나를 찾아온다고 한 날. 회의가 있어서 본사에 온 김에 들르겠다는 후배들이라 이 친구들 오면 차는 한 잔 마셔야지 싶어서 그전까지 쉼 없이 달리고, 오후에 갑자기 찾아온다는 다른 부서 부장 한 명도 내일 보시자고 해놓았다.

대체로 친하지만, 굳이 굳이 회의 왔다가 끝나고 자리까지 찾아오는 후배들은 손가락에 꼽는다.

거꾸로 내가 그렇게 찾아가는 선배들이 있나,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선배들에게 잘 못하기도 하고 성격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그런데 얘네들은 굳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시간을 내어 선배를 찾아오니 어찌 안 예쁠 수 있는가.

괜히 집에다 보관해 둔 각종 선물들을 꺼내서 챙겨본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는데 내가 쓰긴 뭐 한 것들이나, 이 친구들 아이들 나이에 맞는 것들. 부담되지 않게.

오래 회사 다니면서 서로 너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관혼상제, 생로병사. 그 과정을 계속 함께 본다는 것이 젊을 때는 끔찍하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함께 늙어가는 것도 이 회사가 만들어 준 특별한 인연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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