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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출근 일기

후배가 묻는다 “예전엔 그렇게 일하지 않았잖아요?”

by 낯선여름

찾아온 후배 중 한 명은 5시 50분경에 왔다.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고 인사하려는데,

퇴근 안 하시냐고 묻는다.

나는 할 일이 많아서 조금 더 일하고 가야 한다고 하니,

”예전에 저랑 같은 부서 있을 때는 이렇게 열심히 일 안 하셨잖아요 “ 한다.

솔직한 후배의 반응에 피식 웃음이 바로 나온다.

그래, 그 땐 안 그랬지. 그럴 수가 없었어.


지금 왜 이렇게 되었나(?)를 생각해 보니,

나로서는 너무 늦게 일의 전성기를 맞았다.

좋은 팀을 만났고, 너무나 훌륭한 보스를 만났고,

일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아이들도 많이 커서 손이 안 간다.


한창 달려야 할 때는 아이들도 어리고 엄마도 편찮으시고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절이었다. 회사 부서 분위기도 보수적이고 일도 맞지 않았는데 탈출구는 없어 보였다. 회사에서 무슨 적성을 찾고 보람을 찾냐. 조용히 민폐 끼치지 않은 정도만 일하자, 하는 자포자기의 마음이었달까. 지금의 나로선 상상이 안되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참 감사하구나, 새삼 느낀다.


같은 방향이니 태워달라는 후배에게

한 시간 정도 빠르게 일할 테니 기다린다면 태워주마 했고,

정확히 한 시간 후 다시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일도, 사랑도, 삶도,

다 각자의 속도대로 가는 건가 싶다.

나는 일에서는 조금 늦었지만, 그러면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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