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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휴일 일기

소울메이트와의 대화. 사람이 놀아야 하는 이유

by 낯선여름

번아웃 직전의 상태에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강한 사람이고 싶으니까.

늘 반듯하고자 노력하고, 힘들다고 내색하는 것을 싫어하고, 화를 잘 내지 않는 혹은 못하는 나는, 체력이 장점이라고 자신하던 나는, 요즘 날마다 지쳐있고, 예민해 있다. 내가 일과 삶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나를 끌고 가고 있는 것 같다.


샌드위치 휴무인 금요일에도 출근을 예정해 놓고 있다가, 문득 한 달 전 후배와 느슨하게 잡은 브런치 약속을 떠올린다. 마침 후배의 문자가 온다. 내일 내가 회사 안 가면, 그녀도 애들이 학교를 가니 브런치 가능하다고. 그녀를 보고 싶어서 오전에 잠시 보고 올까도 궁리해 보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끝나고 내가 휴가 내고 보러 가마 답을 한다.


왠지 서운한 마음 들까 메시지 한 번 더 보낸다.


“네가 옆에 있었더라면! 마음 지칠 때 덜 힘들었을 텐데, 한다. 아직도!

추억은, 좋은 기억은, 힘이 세다”


그녀도 답한다.

“옆에는 없어도 언제든 하소연하세요~ 마음 지치지 않게! 제가 옆에서 다 들어드릴게요. 제 마음도 언제나 그 좋았던 시절에 머물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서글프지만^^“


우리는 한 때, 같은 팀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콤비. 이후로도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 더러 만났지만 이그 때처럼 강렬하게 감정을 교류하며 일했던 적은 없었다. 어렸으니 가능했던 것도 있고. 이래저래 마음이 헛헛할 때마다 그녀가 옆에 꼭 있어줬었지.


결혼 후 사직을 했던 그녀는 그 후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누가 보면 부럽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난 왠지 모르게 전보다 위축된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일할 때 톡톡 튀고 반짝거리던 모습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어서이겠지.


경력 단절 기간은 길어지고, 아직 둘째가 어려서 풀타임 근무는 어렵다고 하는 후배에게 나는 조급하게 생각 말고 몇 년 뒤로 생각하고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해 본다. 나도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정년퇴임까지는 어려울 수도 있고, 무언가 작게라도 시작해 본다면, 그것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과 해보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은 지난번 점심 먹을 때 한 번 이야기했고, 후배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뭘 하자는 게 아니어서 좋고, 조금 긴 호흡으로 생각하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생각나서 뭐를 시작할지 알겠다고 했다.

생기가 도는 그녀를 보니, 흐뭇하고, 그날이 머지않아 올 것만 같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나의 지침은 놀지 못해서가 아닐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긴 호흡으로 가고자 하면 쉼과 놀이, 체력, 우정이 필요한 것 같다.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 보너스 : 내가 좋아했던 ‘미생’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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