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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출근 일기

출근길 교통사고, 화내는 기술

by 낯선여름

1. 교통사고

둘째는 학교를 쉬고, 큰 애는 학교를 가고

회사도 권장 휴무지만 나와 몇몇은 출근하는 날.

아침 일찍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오는데 확연히 차가 없다.

차가 양쪽으로 하나도 없는 걸 확인하고 좌회전 유턴 차선에서 과감히 유턴을 했다.

그런데 그 때, 차 뒤로 작은 부딪힘이 느껴진다.

작은 오토바이다. 다행히 오토바이가 급 정거해서 넘어지진 않으셨고 서긴 했는데, 기사님 얼굴에 고통으로 찌푸려진 인상이 느껴진다. 내려서 사과부터 했다.

“여기서 유턴하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잘못한 것 인정하시죠? 지금 보험사 접수해요 “

“네. 죄송합니다. 아이 학교 좀 태워줘야 하는데, 가면서 바로 보험사 접수 하고 연락드릴게요”

보험사에 바로 접수해 드리기로 하고, 전화번호 받고, 사진 찍고, 큰 애를 마저 등교시킨다.

아이한테도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말하니, 자기는 괜찮단다. 엄마 신경 쓸 일 하나 더 생겼네, 하고 짧게 말을 건넨다.


아이 내려주고, 보험사에 전화하고 회사로 출근한다.

아저씨께는 보험 접수 사실 알려드리고 사과를 다시 했다. 접수 번호 안 왔다고 전화하셔서 알림톡 확인해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는 아저씨와 통화할 일이 없었다. 보험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편리한 세상.


다음은 보험사와 전화.

보험사에서는 100% 과실이 아닌 정황이 있는지 나에게 확인하려 하셨는데, 이것은 내 과실이니 치료받고 수리하시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자꾸 확인하는 보험사 직원에게, 그렇지만 오토바이나 기사님이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퇴근 무렵, 보험사에서 전화를 다시 주며 다행히(?) 오토바이가 국산이어서 너무 많은 금액이 들진 않을 테고, 내가 처음에 사과하고 적극 대처해서 잘 합의되었다고 안내해 주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나중에 고객리뷰 잘해달라는 멘트를 남긴다. (참, 다들 힘들게 사는구나) 리뷰 걱정 마시라 하고, 정말 감사했다고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정신없이 사고 처리를 하고, 일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간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서 크게 다치셨거나 했으면 나에게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이만하니 다행이지만 내 잘못으로 상대가 많이 놀랐고, 나도 아닌 척했지만 많이 놀랐다.

정신 바짝 차리고 늘 조심히 운전해야겠다는 다짐과, 그래도 보험료 인상 머리 굴리지 않고 상대분께 바로 사과도 하고 잘 처리해 드리라고 했던 것은 오늘의 잘한 일로 남겨놓는다.


2. 화내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동료평가에서 나에 대한 피드백 중 보완점으로 대다수가 꼽는 것이 있었으니,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따끔하게 대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인 것, 맞다.

이번에도 후배들이 얄밉게 행동하는 후배를 따끔하게 혼내달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계속 함께 일할 것도 아니고 다른 부서 가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


오늘은 업체와의 업무에서 화나는 일이 생겼다. 우리가 일정을 빠듯하게 설정을 하긴 했지만, 업체에서 날짜, 시간을 안 지킨 것이다. 그게 되어야 순차적으로 확인하는 일들이 있어 직원들이 권장 휴무일임에도 많이 나와있는데.

안 되겠다 싶어 업체에 전화해서 한 소리 한다.

적어도 미뤄지면 미뤄진다 먼저 상황을 공유해 줘야지

누가 일을 이렇게 하냐며, 세게 이야기한다.


결국 조금 늦었지만 결과를 받았고, 퇴근하려던 개발자 붙잡아 나머지 작업을 했다.


그러곤 퇴근 무렵 온 사과 메일을 보냈기에, 바로 다시 인자하고 너그러운 모드로 회신해 준다.


화내는 것에도 연습과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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