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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휴일 일기

마사지, 생일 전야, 이제니 시인

by 낯선여름

1. 마사지 샵을 가다

교통사고 피해자는 내가 아닌데 사고 이후 긴장했나. 내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다. 연일 계속되는 야근 때문인지도.

예전에 가사 도우미로 오셨던 분이 소개해 준 통증 전문 마사지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 분의 말엔 약간의 과장이 있으신 분이지만 솔직한 분이라 믿음을 갖고 있다. 안 맞으면 다음에 다른 곳 가도 되니까. 림프를 풀어줘서 몸이 가벼워지고 팔도 못 올리던 사람도 다 풀어내셨다고 했다.

이제 이런 말이 잘 안 와닿는다. 남들에게 좋아도 나에게 맞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남들에겐 쉬워 보여도 나에겐 늘 어려운 것이 많았던 작고 큰 일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런대로 깨끗하고 손으로만 하는 마사지다. 아직은 나에게 엄청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몇 번 더 가보기로 한다.


2. 생일 전야

먹어보고 싶었던 케이크 가게를 지나다, 내 생일 케이크를 내가 샀다. 전날 아이들과 누려보는 생일 케이크 컷팅식. 선물은 아직 준비 안 됐을 테니 노래나 크게 불러라 했는데, 아차 싶다. 사춘기 남자 애들 둘의 합창에 웃음을 참기가 어렵다. 음정 어디 간 거니. 어려서 얼마나 클래식을 틀어주고 악기를 가르쳤는데. 다 부질없다. ㅋ 엄마 생일 케이크를 지들이 거의 다 먹어 치우는 식성과 인성은 또 어떻고.

엄마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까스로 위기들을 극복하고 즐겁게 마무리해본다. 진짜 생일인 내일을 기대해 보마 ㅋㅋ


3. 이제니 시인의 산문집 ‘새벽과 음악’을 사서 반쯤 읽었다. 글이 가볍지 않아서 좋다.

가벼운 말과 글이 휘발되는 세상에 깊고 무겁게 자신을 지켜내며 쓰는 글들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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