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원서 쓰나봐 # 송혜희 님 기억나니?
D-100 일부터는 이렇게 숫자를 보고 있는데, 앞의 자리가 9에서 8로, 다시 7로 바뀌었어.
8월은 며칠 남지 않고, 오늘은 9월 휴가 신청하는 마감일이라 9월 이후 달력을 넘기며 봤단다.
9월은 추석 연휴가 있고, 10월은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로 이래저래 쉬는 날이 많던데,
올 해는 쉬는 날이 많은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네.
회사 다니는 엄마로서는 그래도 급식도 있고, 선생님과 친구들도 있는 학교를 가 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수험생들에게는 학교 안 가는 것이 더 나으려나.
오늘 오전에는, 너희 학교에서 메시지가 와서 긴장하고 보니,
9월 4일까지 수능 응시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인 거야.
엄마가 문자 보고 있으니, 옆에서 후배들이 수능도 응시료가 있었냐고,
다들 엄마들이 내줘서 몰랐다고 하더라?
물론, 엄마도 몰랐던 사실이야^^
무료로 교육부 등에서 내주는 것인 줄 알았네.
네가 첫째니까 엄마는 너와 함께 처음 겪는 일들이 정말 많은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성인이 되고, 군대에 가고.. 너무 나갔나? ㅋ
엄마가 오늘 아침에 등교하면서 정말 수시는 안 쓸 거냐고 조심스럽게 또 물었었지.
수시를 아예 안쓰겠다고 선 긋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수학을 잘하니 수리 논술을 권유받기도 해서, 네가 싫어하는 것 알면서도,
기회가 되면 (주로 네가 기분이 좋아보일 때) 이야기를 한번씩 하게 되네.
정답이 없어서 어렵지만, 그래도 기회를 다 날리는 것이 아쉬워.
회사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담임 선생님과도 조퇴 건으로 통화를 했지. 보건실에서 진통제 먹었는데도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보인다고. 조퇴하고 병원가 보는 것이 좋겠다고.
선생님이 많이 걱정해주셔서 짧은 통화에도 감사했어.
퇴근하고 오니, 이른 시간인데 잠들어 있네.
쉬면서 괜찮아졌으리라 바래본다.
이런 날은 마음을 내려놓고 아예 푹 쉬는 편이 나은 것 같아.
너무 옛날 이야기지만, 엄마는 고 3 여름 방학부터 압박감이 심해서 마음이 많이 지쳤던 것 같아.
어찌어찌 수능날까지 마무리는 했지만, 정말 100% 다했다 이런 보람도 성취도 없이 끝나버려서,
그게 가장 아쉬웠었단다. 그래서 대학 가서도 계속 다시 시험 칠까를 수없이 고민했었어.
모든 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여러 굴곡을 겪고 변화를 겪게 되겠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보고 완주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인 것 같아.
태어나서 아마 처음 겪는 가장 강도 높은 노력과 도전의 과정이니까. 후회 없기를.
참, 퇴근하고 SNS를 보는데 몇몇 지인들이 송혜희씨 아저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공유했어.
뉴스에는 우리가 차타며 숱하게 봤던 그 현수막 사진이함께 있었지.
전국을 돌며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붙이며 25년간 딸을 찾아다녔던 송길용씨가 끝내 딸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71세.
전국에 다 붙이셨는지는 몰랐는데.
우리가 지나다니는 곳에 수년 간 붙어있는 현수막 보며 이야기 많이 했었잖아.
실종 당시가 이미 십년 전이었는데 저렇게 찾아다니는 것이 부모라고 하면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그걸 봤던 사람들도 다 우리랑 비슷한 생각이었던 거야. 부디 편히 눈 감으시고, 언젠가는 그렇게 애타게 찾던 따님과 만나게 되시길.
그나저나, 오늘 하늘 봤니?
6시 지났는데도 저런 하늘에, 저런 구름이 있더라.
유난히 더웠던 계절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어.
힘 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