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동생이 크면서 엄마가 누리는 기쁨 중 하나는 너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거였어.
요즘은 네가 확실히 피곤해서인지 차에 타면 라디오 소리든 무슨 소리든 꺼서, 조용히 가고 싶은가 보다 하고 대화만 하지만, 예전에 조금 먼 학원 가거나 하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너의 플레이리스트 곡을 듣는 것이 참 좋았어. 너무 좋은 곡들은 엄마도 휴대폰으로 저장해두기도 했었고.
둘째는 최신 팝송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곡들이 주로였다면, 너의 플레이리스트는 귀에 익숙지는 않은데 좋은 곡들이 많아서, 은근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었어.
그리고 점점 둘째의 플레이리스트에 너의 플레이리스트가 겹치게 되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엄마의 즐거움이었지. 둘째의 취향이 너를 닮아가는 것이 참 신기하더라.
특히 녀석은 차 안이 노래방이나 된 듯이 엄청 크게 노래를 따라 부를 때도 있는데, 그렇게 신나 보일 수가 없어. 그러고 보니, 우리 몇 년 전, 시골 여행 갔을 때, 인적 없는 곳을 달리며 창문을 활짝 열고 너희 둘이 크게 노래 부르며 서로 깔깔댔던 기억도 눈에 선하다.
지난달에 한 번은 둘째 친구까지 학원에서 태워오는데, 그 친구가 엄마에게 자기는 원래 K-POP 밖에 몰랐는데 둘째 덕분에 좋은 팝송을 많이 알게 되어서 좋다고 그러더라. 형이나 누나 있는 동생들의 특권인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지.
종종 네 동생은 너에 대한 찬사를 엄마에게 와서 읊곤 해.
"나는 형아 덕분에 이렇게 좋은 음악도 많이 알게 되고 잘 컸는데, 형아는 형아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멋있게 컸지? "
"나는 내가 아이를 낳으면 나처럼 키우고 싶어. 아, 근데, 그러려면 형을 먼저 낳아야 겠구나" 라는 말.
엄마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또 그 어떤 것에서 보다 감동을 받아.
너희가 사춘기 지나 지금에 이르도록 서로 취향을 나누고 즐겁게 대화하는 것은
형인 네가 너그럽게 동생을 대해줘서라는 것을, 엄마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요즘은 어떤 음악 듣고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오늘 아침 네 방에서 들려온 네 알람 음악은 명상이나 요가할 때나 나올 법한 싱잉볼 음악이던데.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한다.
어젯밤부터는 공기가 확 달라졌어.
에어컨과 서서히 이별을 할 때인가 봐.
이 과정도 과정으로서 끝까지 잘 해내기를 바라지만,
입시는 얼른 끝내고, 음악과 운동을 원 없이 즐기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