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둘을 키우면서 엄마가 종종 떠올리는 속담이 바로
"형만 한 아우 없다" 야.
엄마가 어느 글에선가 봤는데, 엄마들은 첫째는 그 아이가 나이가 어려도 첫째로, 다 큰 어른처럼 대하고,
막내는 그 아이가 나이가 들어도, 심지어 40이 넘어도 막내처럼 여긴대.
그래서 첫째들이 어려서부터 조금 힘들 수 있고, 막내는 계속 철이 없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깊이 공감했었어.
엄마는 네가 초등학생 된 이후부터, 둘째가 말을 하고 어린이집 다닌 시점부터는, 너를 큰 형아처럼, 엄마 없을 때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역할로 생각했던 것 같아. 어쩔 땐 엄마의 친구처럼, 바쁜 아빠를 대신해서는 아빠처럼. 그래서 아빠와 상의해야 하는 것을 너에게 의견을 종종 물어봤고, 특히 동생에 대한 것은 더욱 너와 상의를 많이 한 것 같아.
동생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유튜브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았을 때나, 전학 와서 힘들어할 때, 학원 보낼 때는 또 어떻고. 너도 고작 한 두 개 학원을 다녀봤는데, 너에게 둘째 학원 상담도 했었어.
오늘도 출근길, 너를 학교에 태워주면서, 괜히 너에게 할 얘기는 안 하고, 둘째 저런 성격에 과학고 대비하는 학원을 보내는 것이 맞는지 또 고민을 얘기했지. 엄마가 하라는 것도 아닌데 본인이 열심히 한다고 보내달라고 하고서는 종종 빠지고, 학원비는 또 상당해서 고민된다고. 네가 "한번 진지하게 얘기를 해봐" 하고, 여느 때처럼 진지하게 조언을 해줘 얼마나 든든하던지.
너 내리고 나서는 고3 수험생에게 동생 학원 고민 상담이나 하고 있는 엄마 자신이 조금 한심하기도 했지만,
역시 엄마는 너랑 이런저런 대화하고 풀어가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해. 굳이 다른 설명 추가로 안 해도 되기도 하고, 엄마 마음을 딱 알면서, 동생 입장도 기분 안 나쁘게 하는 데는 네가 전문가잖아.
동생이 학교에서 학년 초에 쓰는 자기소개 가정통신문란 질문 중
"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에 "형아"라고 쓴 것 알고 있었니?
엄마가 우연히 보고, "엄마"가 아니고 "형"이야?라고 서운한 척하면서 물어보니, 그렇대.
녀석 말이, 엄마랑은 친한 것이고, 형의 행동이나 말이 자기에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었대.
형이랑은 말 안 해도 통하는 뭐가 있다나 뭐라나.
성인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지내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엄마는 지금껏 잘 지내온 것만으로도 감사해.
망상을 하는 엄마가 최악을 상정해서, 너희가 성인이 되어 혹 거의 못 보고 지내게 되더라도,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추억들, 그 온기가 어느 순간엔가 떠올라 너희를 따뜻하게 해 줄 거야.
그렇게 해 준 형인 너에게 고마워,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