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75] 달리고 싶은 날씨

by 낯선여름

8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구나.

내일부터 9월이라니, 아직 날씨가 덥지만 가을 초입에 다가온 마음이야.


시간이 되면 동네 산책로에서 지난해 가을처럼 30분씩 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

운동을 주 3~4회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유산소가 부족하기도 하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자전거와 걷기/조깅이거든.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과목에 "체육"을 썼던 네가 요즘 운동도 못하고 얼마나 답답할지.


막막한 심정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잘 먹고 잘 자는 모습으로 안도하고 있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9월이 되고,

너의 공부하는 리듬에도 변화가 있기를 바래봐. 좋은 쪽으로 ^^


그동안 몸 좀 잘 풀어왔다면,

이제 조금 뛰어야 겠는데? 하는 마음이 가볍게 들기를.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이성복 시인 (혹시 처음 듣는 것은 아니지? 언어영역 공부했다면 나오지? ㅋㅋ)의 시, 그 여름의 끝을 소개하며 마무리할게.

1992년 쇄를 갖고 있는데, 지난번 대학로 갔다가 시집 서점에서 새로 나온 시집까지 살 정도로 이성복 시인을 좋아해. <그 여름의 끝> 외에도, <남해 금산>,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등의 시집들도 주옥같아.

20대 고독한 그 어느 날엔가, 엄마에게 놀러 왔다가 책장에 보이면 꺼내 읽었으면 좋겠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퐁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이성복 <그 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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