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등굣길에
평소보다 긴 시간 차에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
이야기 중에 네가
“엄마, 혹시 수능에 실패하면, 그때는 어떻게 해?
집에 빌붙어 살아도 돼? "
엄마가 사실 조금 놀랐어.
‘실패’라든지, ‘빌붙어 산다’ 같은 단어는 네가 평소에 잘 쓰진 않으니까.
요즘 엄마가 캥거루족과 세태에 대해 이야기해서 그런가, 아니면 순수하게 고3 으로서의 부담을 그만큼 갖고 있나, 안쓰러웠어.
20대 후반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빌붙는다’ 같은 단어는 맞지 않다고도 말했지.
솔직히 엄마는 네가 독립해도 좋고, 조금 더 같은 공간에서 지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수능을 못 봤다고,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것 또한 과정이니까.
물론, 엄마야말로 별 큰 사건 없는 모범생으로 지내다가 수능을 못 보고 원하는 학교를 못 가고
20대 초반을 엄청 방황했던 사람이라, 그 마음을 모르지는 않아.
큰 어려움 없이 자란 친구들에게 대학입시가 처음 겪는 심판대, 저울 같이 느껴지지.
비슷하게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다가 성적과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학교와 지역.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성인이 되어서 혼자 헤쳐나가야 할 것 같은 막막함.
그런 과정을 곧 모두 겪게 될 것을 생각하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네가 헤쳐갈 과정이니까, 엄마는 뒤에서 조용히 지켜볼 밖에.
어떤 길이 놓여지든, 어떤 길을 선택하든, 실패는 없어. 그 길은 과정이니까.
그리고, 엄마는 네가 수능을 잘 보든 못 보든,
어떤 대학을 가든, 대학을 못 가든,
그것으로 너를 자랑으로 여기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
너는 너 자체로 엄마의 자랑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