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69] 인터뷰 해보고 싶은 사람

by 낯선여름

엄마가 회사 동료들과 마라톤도 하고, 독서모임도 한다고 얘기했었지?


독서 모임은 매주 수요일에 하는데, 격주로 아무 말 대잔치 하면서 프리토킹을 하는데,

이번 주는 ”회사에서 인터뷰 해보고 싶은 사람” 이란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어 1순위로 꼽힌 분은

사장님이나 어떤 임원이나 혹은 유명한 사내 인사도 아닌

회사 건물 A동 초소 보안요원이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너무 환하게 인사해 주는 분이라는 거야!


엄마가 다니는 회사는 (네가 7살 때 와본 게 전부라 잘 기억이 안 나겠지?ㅜㅜ) 가로로 길어서,

A동, B동, C동까지 있고, 동마다 입구가 있거든. 초소는 A동과 B동에만 있고.

엄마는 사무실은 A동이지만, 건물 후면의 먼 주차장을 이용해 C동 입구로

출퇴근하느라 A동 초소 보안 요원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어.

점심 약속 있을 때나 가끔 다녔고, 변명일지 모르지만, 아이디 태깅하고 밖에 나가기 바빠서 누가 인사를 하는지, 쳐다본 적 조차 없는 것 같아. 있다는 것조차 인식을 해 본 적이 없다.


그 얘기를 듣고 그다음에 A동 초소를 지나칠 일이 있었는데 특별한 인상은 아닌 거야. 그래서 그 후배들에게 얘기하니, 후배들은 단호하게, 그럼 그분이 아닌 거라고, 오늘 비번인 거라고 하는 거야. 그 다음날 점심 약속이 있어 그곳을 또 지나치는데, 왼쪽에서 누군가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해서 옆을 쳐다보니, 문을 오가는 모든 분들에게 예의 그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계신다. 정말 그분이다!


오늘 오후에는 회의를 두 시간이나 하고 나와서 너무 지쳐서 커피 라운지라고 불리는 휴게 공간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한숨 돌리며 차 한잔을 하게 되었어.

그런데, 창문 너머로 이른 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나가는 A동 입구가 보이고, 멀리서지만 남색 캡모자를 쓴 요원 분이 또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계신다.

나에게 할 때의 모습만 보다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감동적이었어.


이놈의 회사, 나에게 딱 맞지도 않은데 이렇게 오래 다녔네, 하고 한숨이 나올 때,

회사에서 이렇게 대가 없는 친절을 베풀어주는 분들을 마주치면,

이런 분들과 한 곳에서 일하고 있구나, 갑자기 애사심이 마구 솟아나려고 해.

개인적으로는 겸허한 마음이 들고.


수능도 얼마 안 남았지만, 너의 고등학교 생활도 얼마 안 남았어.

너에게는 고등학교 생활 3년 동안 어떤 친구가, 선생님이, 혹은 다른 분들이 인상 깊었는지 궁금하다.

학교 앞에서 내려줄 때, 늘 앞에서 내리던 야구선수 친구도 엄마는 인상 깊었는데. 그 친구의 뒷모습을 2년 넘게 봤더니, 뒷모습이 익숙해지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거든.


고등학교 생활도 3개월 남짓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엄마가 벌써 아쉬워지려고 해.

좋은 추억만 있을 수는 없지만, 좋은 추억 몇 개쯤은 갖고 마무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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