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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Sep 11. 2024

[수능 D-66] 벌점과 상점

# 학교는 공정해, 고3이라고 봐주는 것 없음 

너희 형제는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훌륭한 아들이자 학생들이지만 (쓰고 나니 주관적이다 ㅎㅎ), 

그래도 역시 아들들이란 생각이 들게 할 때가 있어. 

바로 벌점 날아올 때! 


이제는 너희들이 커서 어디에서 연락 오는 곳도 없어서 심심할 지경인데, 

학교 앱에서 간혹 상벌점 현황을 보내주어서 엄마를 웃게도 만들고, 한숨 쉬게도 해.  

이런 걸로 벌점, 상점을? 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기도 하고. 

그런데 오늘은 동생 건이 커서인지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어. 


오늘 각각 한 개씩 도착했는데, 

너는 벌점 -1점, 슬리퍼 착용이고, 

동생은 -5점이나 되었는데, 사유가 무려, '공놀이로 인한 교실 시계 파손'이더라고! 


동생에게는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전화해서 물어봤고, 동생 자신이나 친구들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을 따끔하게 알려주는 참 교육을 했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다행이기는 한데, 시계 파손은 컸다 컸어. 


너에게는 굳이 따로 전화는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건데 따로 싸서 갈아 신었으면 싶은데, 네가 몰라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너는 자잘한 잔소리 하기엔 너무 컸고, 예민한 시기이고, 내일 등교할 때 한번 가볍게 이야기해야지, 한다. 


1학기 때는 교실 청소하고 상점을 받기도 했는데, 2학기에는 그런 기회가 또 있을까?  

네 동생의 경우는 1학기 때 "음악 시간에 추임새를 잘 넣어서" 상점을 받았다고 해서, 엄청 웃었는데, 

중학교라서 그런 것인지, 선생님 특성인지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는 확실히 좀 그런 잔잔하고 재미있는 상점은 없는 것 같아. 입시에 걸려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고3 때는 복장이나 신발은 조금 봐주지 싶은 마음도 드는데, 가차 없네? 학교 규율이 센 것 같아. 


엄마 때는 상벌점 같은 것은 없어서, 아직도 상벌점으로 태도를 모두 점수화하는 게 어색해. 

벌점은 없었지만,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 대한 학교들만의 방식은 다 있었어. 

엄마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지각하면 벌점을 주는 대신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뛰게 했었어. 

엄마는 그 덕분에 체력이 많이 길러진 것 같아서 두고두고 고마운 부분이기도 해^^

지각한 것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벌칙들이 더 건강하다는 생각을 하거든. 


엄마가 이렇게 말하니, 네가 "그런데 엄마 때는 체벌이 있었다면서"라고 했지. 

엄마가 다니던 학교는 없었지만, 그러고 보니 외삼촌은 학교에서 체벌을 당한 적이 많이 있었다고 했어. 

누가 한 명 잘 못해도 단체로 벌서기 일쑤고, 남자 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니니 아무래도 더 엄격하고 선생님들이 무서웠다고 해. 


엄마가 입시 제도와 선행과 학원 의존도가 커진 요즘의 교육 보고, 

우리 사회는 여러 면에서 많이 발전했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교육만은 발전을 안 하는 것 같아,라고 했더니 

삼촌이 바로 "왜 발전을 안 했냐. 체벌과 촌지가 없어졌잖니. 그게 얼마나 큰데!" 했다고 얘기한 적 있지? 


체벌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그 대신 학생들을 관리할 방편으로 상벌점 제도 생겼다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싶긴 해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극명해서 엄마는 상벌점 제도는 별로라고 생각하거든.

너희들 어렸을 때도 너무 상벌점에 연연하지 말라고 늘 말했었어. 

엄마 말은 상점 받으려고 상점 받을 행동을 골라하거나, 

벌점 한번 받는다고 하늘 무너지는 것 아니니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생활하고 담담하게 생활하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굳이 벌점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학창 시절 12년간 학교 폭력에 한 번도 연루되지 않았고, 

친구들과 다투거나 하지 않고, 둥글둥글 잘 어울려 잘 지내온 덕에, 신경 쓸 것 없었던 것은 엄마가 늘 고맙기는 해. 

그렇지만, 그래도, 

거, 슬리퍼는 말이야, 신발주머니에 넣고 다니든, 어떻게 대책 좀 세워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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