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엔 운동하고 온 날이라 그런지 잠이 쏟아져서 가족 중에 가장 잠이 들었어.
아빠 들어온 것도 못 보고, 동생 독서실에서 오는 것도 못 보고,
방에 있던 네가 언제 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잠들었다가 새벽 5시엔가 깨서 보는데 아빠가 없는 거야.
신발은 있는데 어느 방에도 없어서 어찌 된 일이지? 살펴보는데
화장실 불이 딱 켜있어서 문을 열었는데 세상에. 변기 의자도 아니고, 바닥에 쭈그려 잠이 들었나 봐.
여기서 뭐 하냐고, 얼른 일어나라고 했더니,
엊저녁에 상갓집을 다녀오느라고 늦었다나. 술 냄새도 풍기고.
너무 더워서 잠시만 있다가 나가야지 했다고 하는데,
그 시원한 장소가 화장실 바닥이었다니 말도 안 되지 않니?
일어나서 출근이나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6시 알람에 맞춰 일어나서는
갑자기 또 아침 김밥을 네 것 딱 싸고, (오늘은 힘든지 동생 것도 안 싸더라 ㅎㅎ),
출근 준비를 하고 흐뭇하게 나가는 거야.
반드시 해야 할 자신의 가장 중요한 사명인 것 마냥,
커다란 성인 남자가 알람에 맞춰 일어나,
자신의 키에 안 맞는 작은 부엌에서 몸을 구부려 김밥을 싸는 모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아니겠니.
너를 학교 태워주면서 그게 그냥 김밥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회사 와서는 아빠에게 칭찬의 글을 담아 메시지를 보내주었지.
아빠 말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야 습관인데,
일찍 회사 가서 그 시간에 운동하고 싶지만,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최대한 하려고 노력한다는 거야.
표현에 약한 아빠가 표현에 박한 아들에게 보내는 지극한 사랑 표현 방식.
p.s. 요즘 네 동생이 차에서 싸이의 '아버지'라는 노래가 너무 좋다고 열창해.
엄마가 보기엔 너무 가사가 옛날 아버지상을 그려내고 있고, 신파조인데
그렇게 좋아하더라. '어머니'로 바꿔 부르라고 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들어.
네가 좋아할 스타일의 노래는 아닐 수도 있는데, 아빠 소재로 글 쓰다 보니 생각나서 남겨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