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 나갔다 와서 신난 E엄마 # 아들은 엄마를 빵으로 기억할까
네가 커가면서 점점 엄마와는 취향이 달라졌어.
음악, 책, 영화에 대한 취향. 좋아하는 스포츠나 운동하는 방식 등.
그럼에도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음식에 대한 취향이지.
희한하게도 좋아하는 음식이나 즐겨 먹는 음식만큼은 우리 둘이 똑같고,
아빠랑 동생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참 신기해.
토요일 아침에 짜파구리를 끓여 먹는 아빠와 동생을 아무리 봐도
엄마랑 너는 라면 종류에는 손도 안 대고,
거꾸로 엄마가 이런저런 색다른 빵 종류를 사 오면 동생과 아빠는 관심도 없는데
너는 늘 엄마와 비슷한 호기심으로 빵을 탐구하곤 하지.
해외에 가서도 이런저런 새로운 음식에 대해 편견 없이 다가가는 것도 엄마와 닮았어.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네 동생을 보니 정말 다르구나 싶어.
엄마가 음식은 잘 못해서 너에게 100% 만족감을 못 줄 때가 많은데
정말 자신 있는 부분은 빵을 사 왔을 때라고 자신 있게 말하곤 하지.
너도 백퍼 인정한다고 말했었고. 엄마가 골라주는 빵은 정말 다 맛있다고 말이야.
일요일을 맞아, 간식으로 빵을 사다 줄까 하고, 짧은 외출 겸 길을 나섰어.
동네 인근 빵집들은 너무 많이 다녀서 시간대별 나오는 빵의 종류를 다 외울 정도가 되어서 조금 지겨우던 참에 조금 더 반경을 넓혀서 검색을 하고 두 군데를 찍어놓고 찾아 갔어.
두 군데 모두 흔히 말하는 프랜차이즈 분점이 아니고, 하나밖에 없는 동네 빵집이었고,
앉을 자리도 없이 사서 골라서 사가는 것만 가능했어.
큰 사거리에 있지 않고 한 블록 들어가서 어느 코너에 있었고.
그런데도 어떻게들 찾아오는지 사람들이 꽤 있었고.
"천천히 둘러보시고, 결정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하고 직원 한 분이 말을 건넨다.
아, 그러고 보니 쟁반과 집게가 없네. 이 빵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허겁지겁 뭐를 사고, 할인되는 카드를 꺼내고 그럴 필요가 없었어.
큰 공간은 아니지만 그 집만의 운치가 있고, 단정하고, 여유가 있고, 편안하고.
안으로는 빵 만드는 모습이 보이고.
빵을 사는 마음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원조 빵순이인 엄마는 네가 네댓 개만 사달라고 했지만 또 넘치게 사 갖고 왔지.
집에 와서 "아.. 엄마는 빵집을 하고 싶어" 하니까,
네가 "엄마는 결정적으로 빵을 만들 줄을 모르잖아" 하며 깔깔 웃었지.
하지만, 엄마는 빵을 누구보다 다양하게 많이 먹어보고, 여기저기 다녀봐서
빵의 맛과 빵집의 멋을 알잖니.
빵집을 꼭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런 자세로 일을 하고 싶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크지 않은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남들과는 조금 달라도 천천히,
빨리빨리 무엇을 재촉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여유 있게,
정성을 빚는 마음.
엄마가 빵을 좋아하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이 생기면 가보는 이유야.
오늘도 너의 간식 선택은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