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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Sep 22. 2024

[수능 D-55] 고3은 금기어인가

# 관심과 애정의 마음들을 감사히 여기자 

명절 때 친척 어르신 몇 분께 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신 후에 점점 연락이 뜸해졌는데, 

이번 명절에 아빠랑 삼촌과 이야기 나누다가 우리가 먼저 꼬박꼬박 연락을 드리자, 용기를 내보자, 하고 연락을 드리게 되었지.  


친척분들이 너를 기억하고는, 큰 아이가 고2쯤 되었나? 고 1? 하는 거야.  

엄마 회사 동료들도 종종 아이가 고등학생? 고2? 이러거든? ^^ 

'고3'이라는 말은 다들 기피하는 단어인가 봐. 

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름 부담스러운 단어를 피하는 그들의 배려라는 것을 발견했지. 


고3이라고 하면 다들 힘들겠다, 공부는 잘하지?, 잘하겠지 뭐!, 하는 반응들을 보이셔. 네가 들었으면 부담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엄마는 그게 다 '안녕' '잘 지냈지? 건강하지?' 하는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하게, 가볍게 넘겨. 


엄마 친한 친구들도 엄마가 고3 엄마라고 엄청 힘들 줄 알고, 아이도 아이지만 엄마 건강 잘 챙기라고 안부 메시지 보내고, 종종 카카오톡 기프티콘도 보내거든. 고3인 네가 힘들지 엄마가 뭐가 힘들겠니.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도 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있으니 더 건강해지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것이 친구 마음이니까 그 마음을 고맙고 소중히 여기려고 해. 


오늘 출근하는데 엄마 친구가 선물한 과일 셋트 취소 메시지가 떴어. 엄마가 배송지를 기한 내 입력 안 해서 취소가 된 거야. 너랑 엄마 비타민C 보충하라고 메시지까지 써서 보내준 기프티콘이었는데. 

명절 전이라 과일이 냉장고에 두둑하기도 했지만, 하필 그 선물에 리본에 메시지를 넣는 옵션이 있는데 (이런 거를 왜 만드냐고 ㅎㅎ), 리본 없는 옵션이 안되었던 거야. 너를 주인공으로 하긴 부담되니 엄마라도 필요한 문구 써서 쓰레기 만들진 말아야겠다고 생각 좀 하고 쓰려다가 기한을 넘겨버렸네.  취소 메시지 받고 속상할 친구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지. 


퇴근 무렵에 엄마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리본 문구 생각하다가, 연휴 때 신경을 못쓰고 기한을 놓쳤다, 마음만은 내가 고맙게 받겠다고 연락을 했어. 그랬더니 친구가 우는 모양의 메시지를 보냈지. 으아... 이렇게 미안하게 할 생각은 아녔는데... 그래서, 엄마가 다시 보내달라고 하긴 그렇고, 지난번에 못 찾어서 헤맸던 '수능 시계'를 사달라고 했지. 친구가 한두 시간 후에 보내줬고, 엄마는 바로 배송지 입력을 했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수능시계까지 있구나. 이 편(리)한 세상)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고3 인가 싶네. 

그러고 보니, 엄마도 작년에 고3 학부모인 친구한테 비타민셋트 보낸 것 같아. 그때 엄마 친구는 군말 없이 받아줬는데, 생각해 보면 그 비슷한 것 얼마나 많이 받았을지. 


엄마는 요즘 (네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을 더 읽고 있는데, 

우리의 쓸데없는 소비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든. 내가 하는 일이, 내가 하는 행동이 쓸데없는 소비와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지는 않은지에 대해. 

그런데, 이것을 사람들의 관계에 적용해 보면 조금은 다른 문제가 되는 것 같아. 

조금은 쓸데없어 보여도 마음을 전해야 할 때가 있고, 그 마음을 기쁘게 주고받는 것도 소중한 일. 


우리에 대한 마음을 감사히 여기고, 보답해 주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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