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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Oct 29. 2024

[수능 D-25] 수능 추위가 오려나 봐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아직도 낮에는 반팔을 입었는데, 부쩍 추워졌어. 

매 년 수능마다 추웠는데 안 추우려나 했거든. 

갑자기 뚝 떨어진 가을 바람이 코 끝에 닿으니, 별 걱정을 다 했다 싶어. 


날씨가 추워지니, 일상 생활도 그에 맞게 바뀌어간다. 

여름 내내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먹던 엄마 동료들도 따뜻한 아메리카를 먹기 시작하고,

점심 메뉴로는 국물 있는 메뉴가 더 많아졌어. 


엄마는 플레이리스트가 바뀌었어. 

가을에 듣고 싶은 노래들이 있잖아. 

쓸쓸한 노래들. 그리움의 노래들.  


어느 날엔가 밤에 잠깐 깨서 네 방에 들어갔더니 

창문을 열고 자길래, 창문을 닫고, 

조금 두터운 이불을 꺼내 덮어주고 나왔어. 


너는 다음날 웃으면서, 

"엄마, 엄마가 이불 또 덮어주고 갔어?

 나, 일어나 보니 덮고 있는 이불이 세 개나 되잖아" ㅎㅎ

 

녀석아, 

수능 때까지 감기는 안 걸렸으면 하는, 

엄마 마음이다. 


시를 빗대어 조금 더 멋지게 쓰자면, 

짧은 가을날의 엄마의 깊은 마음! 


오늘도 화이팅.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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