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만큼 깊어질 것이다. 불안한 만큼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에 발간된 김민철 작가의 책에 나온 글인데, 좋아서 밑줄 그어 놓았어.
20년간 광고회사 다니다가 퇴사하고, 파리 여행을 길게 하면서 쓴 글이라고 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정해지지 않은 길을 걸어보려고 하는 작가의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을
시적으로 표현한 글인데,
엄마는 어쩐지 이 글을 보고, 고3이고 또 좀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너를 생각했어.
막막한 만큼 자유로울 것이다.
고독한 만큼 깊어질 것이다.
불안한 만큼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철, <무정형의 삶>, p364
수능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두렵겠지만,
끝나고도 두렵고 막막한 순간들이 펼쳐지거든.
그 불안함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네 20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야.
엄마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 글에 많이 기댔었는데,
너는 어디에 기대어 마음의 평온을 찾을는지.
나만의 마음속 아지트가 있기를.
이건 다른 얘기지만,
저 글을 쓴 작가가 20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니기도 했고,
그러면서 책도 내고 하셔서 은근 엄마가 따라 하고 싶었거든?
작년에 과감하게 사표 내니까,
부럽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고 그래.
막막하고, 고독하고, 불안한 때는
그렇게나 그 상태를 벗어나고 싶어서 애쓰는데,
막상 안정적이고 정해진 일상만 살게 된 사람들은
무정형이어서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그 상태를 그리워하나 봐.
막막하고 불안한 현재의 고민을 직시하며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