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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Oct 31. 2024

[수능 D-23] 어떤 동사의 멸종

직접 경험하지 않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10월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이 웃으며 읽은 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어떤 동사의 멸종'을 택할 수 있어. 


이 책은 작가가 직접 그 일을 해보고 기록한 르포 형식의 글인데, 너무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상황 묘사로 마치 내가 그를 따라 출근한 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해. 


AI 시대에 사라질 직업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많은 직업 중에서도 사람들의 삶에 가장 기초적인 영역을 선택했대. 요리, 청소, 화물 운반 같은 것들. 

그래서 택한 네 개의 직업이 콜센터 상담사, 택배 상하차, 뷔페 식당 주방 일, 빌딩 청소였어. 


작가는 이 네 개 직업 중에 가장 힘든 것은 콜센터 상담사였대. 

수화기 너머로 전해져 오는 모욕과 냉대를 매일 견딘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고. 

개인적으로는 엄마 회사에도 콜센터가 있어서 종종 콜센터에서 일하는 분들과 메일을 주고 받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분들 메일이나 요청을 예전보다는 더 너그럽게 대하게 되었어. 


상담사들은 전화를 먼저 끊을 수가 없게 되어있대. 기본적으로 콜센터에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화가 나 있는 사람이라서, 아무리 점잖은 사람이라도 평상시와 같은 소통은 어렵다는 것. 


작가는 어떤 직업은 아예 사라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콜센터를 보면서 했대. 그런데 막상 어떤 대기업이 인공지능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전화 상담사 200명을 해고한 상황을 보게 되니, 그 생각이 철없는 생각인 것을 깨달았다고 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생활이고 밥벌이이고, 생존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 


이 책은 소멸할 네 개의 직업을 경험하고 쓴 후, 

마지막 챕터는 '쓰다'라는 동사로 자신의 직업인 작가에 대해서도 쓰고 있어. 


올해 삼촌 회사에서는 AI 연구소 일로 사람을 채용하느라 삼촌은 거의 출장으로 보냈다고 해.

엄마 회사에서도  AI 도입해 콜센터 업무를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준비하는 것 같아.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너희들이 일할 가까운 미래만 해도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거야. 


많은 학자들의 예상대로, 이제 AI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보다 두각을 나타낼 날도 오게 될 거야. 

그러면 인간은 일을 하지 않고, 국가가 주는 월급 형태의 돈으로 살아나가게 될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인간이 노동으로 느끼는 성취감이나 사회적인 교류를 하며 느끼는 교감은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평생 필요하겠지. 


그래서 더욱 우리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봐야 해.


수능 끝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네 자신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탐구할 수 있기를. 

많이 고민하고, 미리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한 책들도 읽으며 생각의 외연을 확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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