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엄마가 평일 저녁 연극이라니. <햄릿>이니 이해해 줄거지?
주말에 엄마 대학 후배 J 이모가 조승우 <햄릿> 표를 예매했다고,
수요일 저녁에 함께 가자는 거야.
엄마는 잠시 멈칫, 했어. 조금만 고민해 보고 답하겠다고 시간을 벌었어.
햄릿이 연극인지 뮤지컬인지, 어디에서 하는지 등 기본 정보도 모르는 상태였고,
우선 수능 이후에도 하는 공연이면 그때 볼까 하고 잠깐 살펴봤어.
수능 보는 그 주 주말까지는 하는데 전 석 매진인 공연이었어.
(아.. 요즘은 공연 예매하는 것도 너무 힘든 것 같아)
조승우 배우가 하는 뮤지컬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특별히 엄청난 팬도 아니고, 이상하게 그 뮤지컬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연극이기도 하고, 전 석 매진이니 흔한 기회는 아니겠구나 싶어, 그렇다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신을 했어.
햄릿 연극이야 고전 중의 고전이니 스토리며 대사며 모든 것이 튼튼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며 무대 장치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어.
저녁 시간이고 185분 러닝타임이라 커피를 원샷하고 들어갔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어.
극 시작과 함께 극에 빠져들어갈 정도로 몰입이 되었어.
그렇게 보낸 3시간이 끝나자 무대나 배우도 좋았지만, 그 몰입했던 3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야.
모두가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시대에
휴대폰 끄고 공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게 놀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책이든, 스포츠든,
휴대폰과 미디어와 거리를 지키면서, 온전히 나로서 몰입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내가 더 단단하게 차곡차곡 쌓이겠구나 싶어.
너 또한 시험이 끝나면 이런 몰입의 경험을 많이 갖기를.
이 소중한 순간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