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회사생활] 고마운 마음 표현하기

by 낯선여름

왜 해야하는지 납득하지도 못한 채 독촉을 당하는 일이 생겼다. 원래 담당팀에서 못한다고 거절한 건인데 어느새 내가 담당자로 지정돼 있었다. 잘 모르는 분야라 난감했다.


더 미룰 수 없게 되었을 때 영혼을 꺼내놓고 시작했다. 많이 생각하지 않은 채 급히 진행되어 중간에 방향이 틀어지는 일이 빈번했고, 문제가 생기면 계속 수정하는 식으로 진행되다 결국 오픈했다. 찜찜한 마음이 계속되어 오픈 이후로도 쳐다보기 싫었다.


그런데 이번 주 월요일, 부서장인 상무님이 내 자리로 오셔서는 고생한 사람들과 밥먹는데 쓰라고 카드를 내미셨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확 몰려왔다.


아, 이 프로젝트는 나 혼자 한 게 아니었는데 이거 끝내놓고 뒤에서 고생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밥 한번도 안 산 선배의 모습이라니. 한 달 전 쯤 잠깐 생각했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던 거다.


사비를 보태 근사한 곳으로 예약하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조그만 간식도 주문했다. 다 오지 못했는데도 디자이너 접근성 개발자 합치니 8명.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었구나.


메일과 메신저로만 오가던 사람들이 서로 소개도 하고 (우린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하하호호 웃음 가득한 시간이 되었다. 준비한 귀여운 간식 덕분에 더욱 훈훈한 마무리. 이번 주 가장 흐뭇했던 점심 만찬.


고마운 마음, 늦지 않게 표현하기. 늦더라도 표현하기. 많은 얼굴들이 떠오르는 밤.

keyword
이전 05화[올드걸의 회사생활] 어느 멋진 정년퇴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