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시험을 보는 후배를 응원하며, 우리가 나눈 메일과 메신저
2022년도 직부 전환 신청이 회사 공지에 떴다. 바로 친한 동생인 Y에게 지원 독려하려고 바로 메신저를 했다. 우리 회사는 종합직, 서비스직으로 나누어 채용을 하는데, 보통 대졸 공채는 종합직이다. 명문대 나온 사람들이 대다수다. 서비스직부는 서비스 현장에서 대고객 업무를 하는 조건으로 입사 조건은 종합직에 비해 느슨하다.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승진을 해도 가장 높이 올라가는 직급을 과장으로 제한해 놓았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현장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본사 부서에 배치되어 일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동일한 일을 하는데도 직종이 다르다보니 알게 모르게 차별과 소외감을 겪는 일이 생긴다. 회사의 인력 관리에 대해서 속속들이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1년에 한 번 직부 전환 시험을 통해 서비스직부에서 종합직부로 이동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많은 서비스 직부의 직원들이 응시하고, 합격율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년 일정 수의 직원들이 종합직부로 전환을 한다.
Y는 현장에서도 똑부러지게 일을 잘했지만, 본사 부서로 옮겨 온 지도 4년이 되었고, 잘해오고 있지만 같은 부서 후배들이 모두 소위 SKY의 명문대에 종합직이고 혼자 서비스직이라는 것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서비스직에서 종합직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은 워낙 많고 어느 해에는 인원이 적어서, 임원들이나 팀장이 특별히 밀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소문도있고, 나이가 많으면 어렵다는 이야기도 떠돌지만, 나는 Y가 되든 안되든 꼭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Y도 마음이 없지 않았다. 올 해는 필기시험도 없어지고 면접이라 지원서랑 추천서 받으면 지원이 끝나니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나, Y가 본인이 쓴 지원서와 추천서 초안을 나에게 보여줬다. 부끄럽지만 한번 봐달라고 했다. 나라면 못했을텐데, 그 용기 있는 마음과 나에 대한 믿음이 고마웠다. 찬찬히 읽으니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단점을 반성하는 문장이 몇 군데 있었다. 포장이라고는 안하는 Y의 성정이 드러나서 웃음이 났다.나는 그 부분들을 조금 고치라고, 어떤 자세로 써야 하는지 몇 가지 조언을 해줬다. 원래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고 하지 않는가. 애정을 담고 보니 기존에 이런 조언을 수십 번 해본 사람처럼 말이 술술 나왔다.
처음 지원 얘기 나왔던 것이 한 달 전인데, 어느새 한 달이 지나 오늘 드디어 Y가 최종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다녀와서 메신저로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마음이 꽉 차오르고 따뜻해져서, 그동안 Y와 나눈 메일과 메신저를 살펴보았다. 우리의 시스터후드가 너무나 정겹다.
Y에게...
안녕~ Y가 지원서 쓰고 추천서 내는 과정을 보니, 정말 Y는 자격은 차고 넘치니 꼭~ 됐으면 좋겠다!!
회사 다니면서 대충 할랑하게 다녔는데, 이번에 좀 후회되더라 나도. 후배들에게 뭔가 힘 실어줄 수 있을 위치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나도 이제 이런 나이인가 봐.
우아하고 멋지게 나이 들 궁리, 함께 해보자고! ^^
마음 담아, 화이팅!
9월에 출근하면 연락해. 우선, 차라도 마시자!
Y가 나에게... 서류 합격 소식을 알리며...
대부분이 합격했겠지만,
이게 또 뭐라고... 남들 다 붙는 서류전형, 또 괜히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1차 합격자 발표 통과하였음을 가장 큰 용기를 주신 언니께 보고 드립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무시무시한 프리젠테이션과, 역량면접이라는 단어에서 잠시 이건 또 무엇인가.. 30분 전에 A4용지와 필기구로 무슨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라는 것인가..
자신 없는데.. 못하겠는데. 싶은 생각이 마구 들지만.
그래도 기쁨의 합격 소식은 그래도 나누어야 용기도 생기는 법!
덕분에 차근차근 무사히 잘 진행 중이랍니다~~
열흘 후, 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기원하며.
어제, 최종 면접 전날, 몇 가지 최신 회사 이슈 중 몇 개를 생각해보라고 메신저를 보냈다.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어제 하필 우리 팀에서도 가장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Y에게 더 신경은 못써줬다. 오늘 오전 9시, 그녀는 '잘 다녀오겠습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면접장으로 떠났다.
그리고 오후 업무를 하던 중 사내 메신저가 떴다.
오후 1:24
잘 다녀왔습니다!!
ㅇ사와의 차별화 전략 or 우리 회사만의 특별한 서비스 소개 및 개선 방안이 주제였고
공부한 몇 가지와 우리 팀 업무를 적당히 버무려, 자신 없지만 담담하게..
개인적으론 60 점 정도. 드디어 해방~~
한 방에 4~5명씩 들어가는데, 문제는 각 조별로 다 다르게 나와서, 다양하게 낸 거 같아요
각각의 조가 어떤 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고 우리 조 나 포함 4명 중 3명이 너무나도 발표 잘하고 공부도 많이 해온 사람들이라 적당히 자극되어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얘기했지 다들 어찌나 공부를 많이 하셨는지.. 이것도 반성..
오후 1:28
이제 뭐... 진인사 대천명이다!
리프레시가 되었길 바라. 응당 좋은 직급이면 좋고 승진하면 좋지만, 직급 상관없이 프로페셔널한 사람들 있잖아. 나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해. (회사 다니는 동안은)
같은 일을 해도 내가 하면 좀 다르게. ^^
다음 주에 만나~ 내가 근사한 데서 한 턱(?) 내게 해줘 ^^
오후 1:45
직급 상관없이 프로페셔널한 사람들 <<< 이 말 너무 멋지고 좋다.
언니,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요.
발표한 내 옆자리 언니가,, 원래 알던 언닌데 정말 너무너무 일을 못하고 답답한 캐릭터였던 기억이었고,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그런 직원이었는데..
오늘 내 옆에서 발표하는 거 보고, 진짜 감탄했잖아.
한계점,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떻게 개선하고 싶고…
와... 이 언니가 이렇게 멋진 언니였구나, 진짜 이런 게 좋았어요.
공부는 공부고, 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이렇게 시니어가 되어 가구 있구나. 그래서 면접 후 뭔가, 가슴이 좀 찬 느낌이랄까.
오후 1:55
맞아... 나도 좀 그런 느낌 들어 요즘에... 나이 들어서 회사 다니는 것의 나름 다른 소회가 있달까.
오후 1:55
좋다~~
언니와 이런 얘길 나눠서.
그럼 남은 오후 시간 충성! 힘차게 또 달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