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회사생활] 2008년 우리의 발견

15년 후에 쓰는 답장

by 낯선여름

To 신나


내 친구 J 알지? J가 손글씨로 좋은 글 써보면 어떠냐고 했어.

문득, 오래전에 네가 선물해 준,

너무 아끼느라 쓰지 못했던 노트가 떠올라 찾았지.


앞 뒤로 살펴보는데, 맨 뒷장에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거야.

무려 2008년의 메모.

타임머신을 타듯 과거의 추억이 떠오르더라.


4년간 같은 팀에서 일하고, 그동안 내가 결혼하고 큰 애 낳고, 부서 옮겨 다른 지점으로 나온 해가 2008년이었어.

새로운 환경도 그럭저럭 괜찮았고, 더러 좋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너 같은 동료는 만날 수 없었어.


그 이후 15년 동안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네가 결혼 직후 유학 중인 남편 따라간다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물리적으로 멀어졌고. 또 4년 후 다시 돌아와서도 먼 도시에 정착하고. 아이들이 생기고.


나 역시 그 세월동안 삶의 큰 파도들을 여러 번 넘으며 여기까지 왔네. 너와는 멀리 있었지만, 그 파도와 너울들을 함께 넘은 것 같은 느낌이야.

나 요즘,

네가 준 노트에 손글씨로 시나 산문들 필사하기 시작했어. 첫 글은 최근에 회사 후배가 답장으로 보내온 메일 속 글이야. ‘철학자와 늑대‘ 책의 한 구절이래.

네가 나에게 주었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이제 나도 다른 후배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게 되었어.


네가 선물해 준 노트에

다른 후배가 선물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나답게 사는 모습이 아닌가 싶어.


오래 쉬고 복귀하며 두려워하던 네게,


‘선배, 본사 출근을 축하해요! 그 팀 젊은 피들은 복 받은 걸로^^

선배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은 쉽게 오지 않죠.

최신 기술 트렌드야 조금만 노력해도 습득할 수 있다 해도, 선배의 인문학적 지식과 영감, 감수성은 쉽게 따라올 수 없죠~~ 응원할게요!‘


마음속 끝까지 따뜻해지는 응원을 보내준 그녀.


네가 만들어 준 나의 모습으로,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너도 그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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