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는 것

나는 글을 왜 쓰는가?

by 연목

언제쯤이었을까? 엄마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칠 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했다는 엄마. 엄마 나이 갓 서른에 자식 둘을 두고 떠난 남편.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자식 둘을 데리고 섬으로 들어간 엄마.


기억해보면 그때가 처음으로 막연하게 글이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의 삶에 대한 아들의 연민이랄까. 누군가는 글을 써줘야 할 것 같았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당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고 이해해 가는 중이라고... 그러나 나는 아직 엄마의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각설하고 지금의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기자는 ‘글’을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재미있는 한 글자라고 표현했다. 그 말에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공감한다. 글은 때론 가장 힘이 있으며, 때론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때론 무엇보다도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글쓰기’란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내가 일로써 글쓰기가 아닌 마음속 무엇인가 꿈틀거려 컴퓨터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깜박이는 커서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며 무엇이든 써내려 가야만 했던 때를 가만히 떠올려보면 ‘마음의 정화’를 바랄 때였던 것 같다. 일상 속 수많은 관계에서 오는 부정적 감정, 부당함, 울분으로부터의 해방되고자 하는 욕구는 나에게 글을 쓰게 했다. 그래서 글을 쓰다 보면 나를 객관화할 수 있었고 그런 부정적 감정들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짐작컨대 일종의 해방감 같은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이유는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정서적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던 통찰들, 어느 공간이 주는 느낌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쉽게 잊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기록한다. 기록한다는 것은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란 기록이다. 기록하기 위해 쓰다 보면 어느새 그 감정을 몇 번이고 곱씹게 되고 그러다 보면 추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오히려 숙성되어 그 순간에 갖지 못했거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삶에 대한 동기 부여'였던 것 같다. 수많은 삶의 위기로부터 나를 단단하게 지켜내기 위한 동기 부여, 혹은 변화를 통한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그것이 어떤 삶인지 모르지만). 그래서 버티고 있는 삶의 단단한 디딤돌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돌아보면 글쓰기는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기둥을 떡하니 받치고 서 있는 주춧돌처럼 내 삶을 받치고 서 있는 글쓰기. 글이라고 하는 것이 때로는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 자체로 삶을 제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식 속에서 수많은 부침을 겪어야 하는 글을 쓰는 과정은 삶을 돌아볼 수도 있어야 하고, 수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삶의 가장 괴로운 것과도 마주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마음의 사진을 찍는 일과 같기 때문에. 그래서 글을 잘 쓰려거든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이 오늘따라 가슴에 더 와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라탕 맛,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