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하기

도시에도 의도된 '낯설게하기'가 필요하다

by 연목

요즘 어느 도시를 가봐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여수처럼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간판과 획일화된 건물 디자인, 도시경쟁력을 구실 삼아 벤치마킹된 관광콘텐츠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도시만의 독특함이나 특별함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지역성을 터부시 하는 것 같아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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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전 대학 2학년 때 시를 써볼 요량으로 오규원의 <현대시작법>을 교재 삼아 시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는 詩作법 중 하나가 ‘낯설게 하기’다.


시에서 ‘낯설게하기’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기법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습관화된 인식과 사고의 틀을 갖고 있다. 이 낯설게 하기는 그 틀을 깨고 낯설게 하여 익숙한 대상의 망각된 본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때로는 서사로, 때로는 단어로, 때로는 표현방식으로 ‘낯설게하기’를 사용해 독자들의 익숙한 대상에 대한 자동화된 사고나 인식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대상에 대한 지각과 사고의 시간을 연장해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한다. 독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상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깊은 공감과 통찰이 생겨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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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도 ‘낯설게하기’가 필요하다

'낯설게하기'는 시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어떻게 의도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좋은 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도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도시조차도 상품화된 시대에 여타 도시를 벤치마킹한다는 구실은 천편일률적인 개발을 부추기고 그 속에서 도시의 고유성과 지역성은 잊힐 것이 분명하다. 망각하고 있는 도시 고유성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도시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의도된 낯설게하기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도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는 핑계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발의 광풍에서도 작으나마 도시의 본래성을 발현시키고 독특함과 차별화로 지역의 고유 모습을 지켜왔고 지켜나가게 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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