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곁이 되어주는 여수밤바다

여수밤바다

by 연목
밤이 되면 여수밤바다는 경계가 허물어진다
배가 별바다를 항해하기도 하고
하늘에 별이 데칼코마니처럼 바다에 뜨기도 한다
그 경계에선 나는 우두커니 서서
초점 없는 눈동자로 먼 데 하늘을 보며
어제 다 세지 못한 성근 별을 하염없이 헤아린다
밤은 어두워서 밤이 아닌 것이다
오늘도 여수밤바다에 별이 스치운다


친구 같은 바다

20210417_014014.jpg 국동항 끄트머리 '넘너리'


여수구항에서 국동항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소싯적 친구며 지인들과 하릴없이 찾았던 바다는 그대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많이 변해 버렸을 거라 생각한 건 오산이다. 오히려 변한 건 내 시선이고 내 생각이다. 그때의 그 사람들은 여기 바다에 때론 섬처럼 우두커니 서있거나 때론 배처럼 유유히 부유하고 있다. 아직...

바다는 묘하게도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재주가 있다. 특히 여수바다는. 그래서 여수는 '바다'다.


포장마차에서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져본다. 서울에서 회사 다니는 친구 놈은 18년째 한 회사에 다니며 부장이 되었다고 하고 늦게 가진 딸아이가 너무 이쁘다며 행복해한다. 한 친구는 이래 저래 힘들다며 작년에 봤다던 사주 이야기를 담담하게 내뱉는다. 후배 녀석은 아내와의 갈등으로 힘들다며 연거푸 소주잔을 꺾는다. 모두 다 그렇게 사십 중반의 고개를 자기만의 세기로 넘고 있다.


땅을 딛고
버티고 서서
삶은 누군가에게 의자가 된다는 것
때론, 의자도 쉬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자다. 부모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러나 때로는 의자도 쉬고 싶은 것이다. 하루하루 조바심에 겨를 없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곁이 그립다. 언제고 어디서든 곁이 되어주는 바다, 그곳이 '여수'다. 그 곁이 '여수밤바다'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닳고 단 인생 준치 같은 친구들과 여수밤바다가 있어 외롭진 않다. 귀한 달마새우에, 샛서방고기 금풍생이 한 입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질긴 인생 때론 식감 좋은 갑오징어를 씹듯이 기분 좋게 느껴지기도 하다.


산다는 건, 누군가에 의자가 된다는 것. 내가 너의 곁이 되리.

20200430_032359.jpg 친구 같은 바다 '국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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