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세상이야

프롤로그

by 연목

이제야 알았다. 내가 서있는 곳이 땅이 아니라 떠있는 배 위라는 것을

부두를 떠났으되 저을 노가 없고

바람은 부나 돛이 없으니

원하는 곳에 어찌 갈 수 있겠는가

닻도 없으니 멈출 수도 없어

그저 물이 가는 대로 부유하는 수밖에


네가 흔들리지 않으려 해도

흔들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세상이야




요즘 부쩍 답답하다는 생각을 한다. 명치 아래 양쪽 가슴이 가끔 저리며 체한 듯 묵직한 기분이다. 무거운 가슴을 안고 산에 올라도 운동을 해도 쉬이 풀리지 않는다. 뭘 해도 답답한 기분이다. 그나마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 속이 뚫리는 것 같아 부쩍 바다를 찾는 날이 많아졌다. 생각해보면 40대 중반에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라면 가슴에 바위 하나쯤 얹어 놓고 사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서 있는 곳은 바다였다

그러다 문득 뭘 해도 답답하다는 건, 항상 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를 모르는 데 어떻게 답을 찾을 것인가.


그래서 나는 문제가 찾고 싶어졌다. 그리고 누구의 글도 아닌 오직 내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답답하던 속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찌 보면 지금의 상황에서 글을 쓴다는 건 내 몸의 고름을 찾고 그 고름을 짜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살아보니 고름은 항상 몸의 가장 약한 곳에서 터졌다. 일단 염증이 생기고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고름이 차고 한 번 고름이 차면 고름은 주변에서 가장 약한 곳을 찾아 퍼져나갔다. 그리고선 곪을 대로 곪다가 가장 약한 살갗을 뚫고 터져 나왔다. 다른 상처와는 다르게 곪은 상처는 쉽사리 잘 치유되지 않는다. 부단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치유되었다고 해도 평생 상처가 남는다. 그리고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생채기를 남긴다. "고름이 살 안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우연히 곪은 상처가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이다.


자! 이제 메스를 들 때다. 더 늦기 전에


20210729_193938.jpg 내가 꿈꾸던 바다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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