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도시도, 바다도, 하늘도, 산도 모두 적막하다
해거름 녘, 노을이 지는 건 잠깐이더라
인생을 논하기에는 ‘짬’이 안돼도 한참 안된다지만
지는 노을 바라보니 삶이라는 것이 추레한 듯해도 달리 보면 참 찬란하기도 하다
해 질 녘, 해도 지친 것이다. 그러면 쳐다보기 어려웠던 해가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며 서쪽하늘에 걸린다. 그리고 길고 긴 낮 동안 큰 호흡으로 머금었던 빛 한 모금을 내뱉고 홀연히 가신다.
월호도 다녀오는 길, 군내리를 지나면서 이른 저녁 헛헛한 속을 채우다 가막만 건너 백야도에 걸린 해를 발견한다. 운 좋게 때를 잘 만난 것이다. 차를 급히 몰아 노을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평사리(돌산 금천)로 향한다. 갓길에 차를 대충 대놓고 휴대폰을 꺼낸다. 눈으로 보이는 만큼 휴대폰이 찬란한 이 순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실망감에 연신 셔터를 눌러보지만 마찬가지다.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눈으로 해를 응시한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에 제일 좋은 카메라는 ‘눈’이라고. ‘눈보다 좋은 카메라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며 찰나를 마주하고 다시 시내로 향하는 길. 우리가 하루 중 해를 차분히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추측컨대 해오름과 해거름 녘을 다 합쳐도 한 시간 남짓 되지 않을까?
해 질 녘, 서쪽 하늘의 노을은 뒤를 돌아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수 십년을 뛰어넘어 사진처럼 기억된 사건들을 찰나의 시간에도 모조리 읊어댄다. 그래서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도시도, 바다도, 하늘도, 산도 모두 적막하다.
하루를 살아가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힘들다는 이유로 하루 중 온전히 나를 만나는 순간, 내면의 진정한 내 모습을 응시하는 시간은 짧았다. 아니면 외면하고 회피하며 그 시간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기가 부지기수였던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내일은 나도 해거름 녘, 노을 자리에 의자 하나 놓아야겠다. 그리고 다리를 뻗어본다. 노을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