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은 만돌갯벌이다

추억은 힘이 세다

by 연목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기록이다. 2010년에 가입했으니 어느새 12년째 페이스북에 기록을 남겼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커 가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고, 또 하나는 그때그때 있었던 일이나 생각을 추억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페이스북은 ‘과거의 오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알림을 보내주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잠깐 시간 내 읽다 보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 오른다. 바쁘게 사는 하루하루 잠깐의 쉼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해 페이스북에 글이나 사진을 남기는 일이 잦아졌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알림이 떴다. ‘과거의 오늘’ 알림이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잠깐의 시간이지만 설렘을 안고 들어가 보니 11년 전 둘째가 태어난 지 6개월 남짓한 시기에 갯벌체험을 갔었던 내용이었다. 네 살 된 첫째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할 때, 세 살 터울인 둘째까지 등에 업고 여수에서 두 시간 반이나 떨어진 고창 만돌갯벌에 갔다. 남해바다를 끼고 있는 여수에 사는 나로서도 서해는 사뭇 낯설다. 매일 바라보는 여수의 바다 풍경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여수의 서쪽 해안인 여자만에도 드넓은 갯벌이 있지만 서해만큼 넓지 않다.


아내에게도 그때의 추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지 11년 전 기억을 더듬어 고창 만돌갯벌체험 가자는 말에 두말 않고 따라나섰다.

고창 만돌갯벌(20110731).jpg 2011년 고창 만돌갯벌체험 사진(페북 '과거의 오늘')

여수에서 고창 만돌갯벌까지는 170km 남짓 떨어져 두 시간을 꼬박 가야만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거기다 물때까지 맞추려면 10시까지는 도착해야 했다. 하루 전날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엄포를 놓아 겨우 7시 30분쯤 출발할 수 있었다. 씻는 둥 마는 둥 차에 아이들을 구겨 넣고 고창으로 출발. 생각보다 멀다. 그러나 시나브로 가는 길에 아내와 아이들은 단잠에 빠지셨다. 방학이라고 집에만 있는 첫째 녀석이 안쓰럽기도 하고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아내에게도 뭔가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일단 결과는 대성공. 마침 하늘이 흐려 덥지 않아 좋았고 호미질 한 번에 바지락이 우수수 쏟아지니 불평이 없다. 이 재미있는 걸 진작 오지 싶어 나도 한결 마음이 흐뭇해진다.


20220813_113358.jpg 11년 만에 다시 찾은 고창 만돌갯벌
물 반 조개 반이다

옷을 갈아입고 트랙터에 올라타니 10분 남짓 갯벌로 이동한다. 어찌나 덜컹거리는지 허리가 아플 정도다. 그게 대수겠는가 아내와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다. 얼마 만에 보는 모습이던가? 그리고 갯벌에 도착,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내리기 바쁘게 호미질을 시작한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이미 양파망에 바지락이 가득하다. 언제 다 채우지 걱정도 잠시 호미질 한 번에 대여섯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 정도면 10분이면 다 채우고도 남겠다 싶다. 그러길 10분 정도 지나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소나기가 엄청 쏟아진다.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내의 걱정에도 묵묵부답으로 계속 캔다. 그러길 잠시 쏟아지던 비가 약해지고 호미질이 계속된다. 바지락이 너무 많이 나오니 이제는 큰 것만 망에 담는다. 두 아이도 작은 건 다시 보내고 큰 것만 골라 캐기 시작한다. 어느덧 40분 남짓하니 1인당 주어진 양파망에 바지락이 가득하다. 이제 됐다. 이걸 가져가서 누구랑 나눠 먹을지 잠시 생각하니 기분이 오지다. 물때가 다 되어가니 돌아가잔다. 좀 더 캐고 싶지만 이미 가득 찬 양파망에 더 넣을 데도 없어 기쁜 마음으로 트랙터에 올라탄다. 기분이 만선이다.

체험장에 돌아와서 갯벌을 씻어내고 해감할 물을 담아 차에 싣는다. 그러고 나니 어느덧 12시가 넘었다. 한 참 호미질할 때는 몰랐으나 다 마치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조금 떨어진 곳에 몇 년 전 일 때문에 다녀갔던 상하농원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여수로 돌아왔다.


그러고 긴 하루가 지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 시간, 오늘 하루 아이들이 느꼈을 기분이 궁금하다. 아주 오래간만에 넷이서 함께한 시간이 나만큼이나 즐거웠는지...


어쨌든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부터 시작된 우리 가족의 긴 하루는 지났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또 페이스북이 알려주는 알림을 받고 가족과 함께 고창 만돌갯벌로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선운사 동백꽃도 있고 시인 서정주도 있고 고즈넉한 상하농원도 있지만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고창은 만돌갯벌이다. 그래서 추억은 힘이 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수는 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