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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미국식 개인주의? 북유럽에선 아니래요.

얀테의 법칙

by 페로 제도 연구소

나는 오랫동안 하나의 착각에 빠져 살았다.

'서구권 국가=강한 개인주의'


내게 서구권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중 하나는 '개인주의'다. 나를 마음껏 표현하고, 또 그것이 존중받는다는 막연한 동경. 그런데 오늘,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덴마크 작가 악셀 산데뫼세가 1933년 소설 『도망자』에서 처음 언급한 이 법칙은, 지금도 북유럽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있는 10가지 규칙이다. 이 내용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 지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10개의 문장이 모두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미국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넌 특별해! 꿈을 이뤄!" 같은 메시지와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우린 다 똑같아, 겸손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누군가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자동으로 '덜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사회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북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더 알 것 같다. 개인의 성공보다 공동체의 안정을 우선시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이 묘한 균형감. 그것이 바로 얀테의 법칙이 추구하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이 법칙이 개인의 표현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저하한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고.


서구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건 아니었다. 같은 서구 안에서도 미국과 북유럽에 자리잡은 개인주의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던 것이다. 내가 품고 있던 '서구 = 개인주의'라는 공식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세상은 내가 그려놓은 지도보다 훨씬 복잡하고, 각각의 사회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복을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튀지 않기'가 '튀어 오르기'보다 더 큰 용기일 수도 있다는 걸, 북유럽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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