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른들의 대화를 듣지 않아도 될 권리

아이가 아이답게 살 수 있도록

by 페로 제도 연구소

지난 5월 6일, 덴마크 의회(Folketinget)에서 특별한 법안이 통과되었다. 18세 미만 자녀가 부모와 공공기관 사이에서 통역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교사와의 면담, 병원 진료, 관공서 업무에서 아이들이 더 이상 어른들의 통역을 맡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혼, 질병, 재정 문제처럼 민감한 대화를
아이들에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존중해야 한다.

덴마크는 인구의 15.4%가 이민자와 그 후손이라고 한다. 수많은 가정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가족의 통역사가 되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이것은 아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부모의 병세를 아이가 먼저 알게 되고,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아이가 관계자에게 설명해야 하고, 때로는 부부 갈등까지 아이를 통해 전달되는 상황들. 그런 무게를 어린 어깨가 감당해야 한다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법안은 긴급상황이나 민감하지 않은 내용에 한해서는 예외를 두었다. 현장 직원이 판단하도록 했다. 완전한 금지가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선을 만든 것이다.


이 법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어른의 짐을 지우고 있을까? 가족의 문제를 아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모르는 것이, 듣지 않는 것이 더 나은 나이가 있지 않을까?


어른들의 대화를 듣지 않아도 될 권리.

그것이 바로 어린 시절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싶다.


2025년 7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이, 단순한 통역 금지를 넘어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런 것 같다. 너희는 그저 아이로 살아도 충분하다고.


소스: https://dimma.fo/grein/born-og-ung-sleppa-ikki-at-tulka-fyri-foreldur-sini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