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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Oct 14. 2021

실리콘 밸리 엑소더스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회사와 주민들



얼마 전 있던던 테슬라의 주주총회에서 CEO인 엘런 머스크가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주로 이전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오라클이나 HP 엔터프라이즈 등 최근 몇 년간 몇몇 테크 기업들이 실리콘 밸리를 떠났는데, 미국 기술 산업의 가장 큰 성장 동력 중 하나인 테슬라마저 그 대열에 합류한 것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캘리포니아의 높은 세율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죠. 코비드 19로 원격근무가 일반화된 것도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입니다.


회사뿐 아닙니다. 이 실리콘 밸리에 살고 있는 많은 주민들도 실제로 이 지역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실리콘 밸리의 비영리 단체 JVSV(Joint Venture Silicon Valley)가 최근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와 베이 지역 주민 56%가 향후 몇 년 이내에 타주로 이주할 것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연소득 5만 불 이하의 저소득층이 이 대답에 가장 긍정적이었지만, 25만 불 이상을 버는 FAANG의 직원들의 22%도 이주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니,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나날이 높아지는 생활비가 대다수 주민들을 옥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입자들은 렌트비 내느라, 집을 가진 사람들은 대출금 깊느라 삶은 팍팍해집니다. '아 지긋지긋한 캘리포니아!'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죠.


그렇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이주를 결행하는 가족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살아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죠. 이웃, 자녀들 학교, 병원, 회사 등 가족들이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입니다. 대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더 꺼려지는 일이죠. 중고교 자녀를 전학시키는 것에는 만만치 않은 위험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빠의 직장문제도 고려대상입니다. 코비드 19로 원격근무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판데믹이 끝나면 언젠가는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혹시라도 모를 정리해고나 이직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테크 회사들이 운집해있는 실리콘 밸리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이래저래 여건이 허락지 않기에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내고 있는 것이죠.



얼마 전 아내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지인 가족이 텍사스로 이주한 뒤 구매한 집이라는군요. 같은 가격으로 실리콘 밸리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이었습니다. 아빠가 텍사스에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한 그 가족은 삶의 질이 한층 높아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끔씩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애가 아직 없는 젊은 부부 거나, 미취학의 어린 자녀를 가진 가정들이죠. 상대적으로 이주가 용이하기에 용기를 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리콘 밸리 엑소더스가 심화될까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장기간으로 봤을 때 그럴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텍사스와 같이 빅 테크 기업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주들이 늘어나면, 기업들 입장에서 더 이상 실리콘 밸리를 고집할 이유는 없어지겠죠. 이미 뉴욕이나 시애틀에 테크 기업들이 못지않게 운집해있고, 달라스, 휴스턴, 오스틴과 같은 텍사스의 도시들이 점차 새로운 테크 기업 타운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만 해도 이미 테크 기업의 오피스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판데믹이 끝나면 직원들도 완전 원격근무를 신청해서 타주로 많이 이주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이 나은 것인지 정답은 없습니다. 개개인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라 이 대열에 합류하냐 남느냐를 결정하겠지요.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실리콘 밸리가 엔지니어들의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푸르른 하늘 아래에서 사는 대가로, 그동안 지불했던 '날씨세(하도 캘리포니아의 세율이 높다 보니 기후가 좋은 캘리포니아를 빗대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를 내야하는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 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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