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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Mar 10. 2016

데미스 하사비스, 이세돌, 인공지능의 미래

영국의 뇌과학 엔지니어인 그는 일찌감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냈다. 10대 초반에 영국 체스 챔피언에 올랐고, 16세에 영국 대학입시 A-level을 최상위로 통과했으며, 17세 때 이미 밀리언 셀러 비디오 게임을 만들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그는 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 후, University College London(UCL)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 논문은 2007년 가장 영향력 있는 결과물 (scientific breakthroughs) top 10에 오르기도 했다.


게임 업계와 뇌과학 학계를 넘나들던 그는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UCL에서 만난 지인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세운다. 이후 별다른 대외 활동 없이 조용히 원천기술을 개발하던 는 2014년 자신의 회사를 구글에 4억 파운(한화 7천억 원)에 매각하여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한다. 구글에 인수 합병될 때까지 하사비스가 외부에 공개한 기술 데모는 간단한 게임 플레이를 스스로 하는 인공 지능 알고리즘이었다. 그동안 특별한 제품을 선보이지 않은 스타트업이었지만, 구글은 그와 그의 팀에 미래 인공 지능 시장을 이끌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실 회사가 엘런 머스크와 같은 유명한 투자자들과 커넥션이 잘 되어있어 구글, 페이스북에게 일찌감치 노출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그의 두뇌에 7천억을 지불한 셈이다.


인공 지능 바둑 기사 알파 고를 키워 현존 최강의 바둑 플레이어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던진 데미스 하사비스와 구글 딥마인드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세기의 대결이 충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인공 지능이 정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여겨진 바둑에서 빅게임이 성사되자, 알파고의 기보를 분석한 바둑계와 딥마인드의 논문을 분석한 인공 지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세돌의 낙승을 전망했다. 알파고가 무한에 가까운 계산 능력으로 최적의 수를 찾아낸다 해도, 프로 바둑기사가 오랜 경험에서 쌓은, 대국 중에 펼치는 '감각'이라는 것을 기계는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막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파고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딥마인드의 강한 인공 지능 기술과 한계가 없는 알파고의 학습 능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최초의 대결이라는 화제성, 상징성이 있지만, 구글의 입장에서 사실 이 대국의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 우승상금으로 건 100만 불은 구글의 천재 과학자 하사비스가 야심 차게 개발한 알고리즘의 실전 테스트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대신 구글은 승패에 상관없이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알파고의 학습을 위해 사용한 무수한 기보들과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다. 또 한 명의 천재, 현존 최강의 게이머의 머리에 담긴 지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인공 지능이 미래의 구글에게 거둬줄 이익에 비하면 100만 불은 비교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 정작 이 대결의 결과만큼이나 정말 관심이 가능 것은 이세돌과 대국을 펼친 알파고가 이를 계기로 얼마큼 성장할 것인가다. 이번 대국이 딥마인드가 지향하는 범용적 인공 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을 실현하는데 신의 한 수가 되어, 미래에 구글이 바꿀 세상이 자못 기대된다.


20년이 넘던 AI 혹한기에 봄을 가져다준 '딥러닝'이 오랜 시절 인공 지능 과학자들이 꿈꾸던 숙제들을 차근차근 풀어줄 것이다. 현재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연구는 사물을 '인식(recognition)'하는 수준을 넘었고, 인식된 정보를 '추론(reasoning)'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기계가 조금씩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수순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인지하고 그 개념(의미)을 획득하는 것이다. 의미를 이해한 이후에는 인간의 언어와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게된다. 기계가 활자를 읽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궁극의 AI인 인간의 지식 습득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여 또 다는 인공지능을 설계할 수 있는 '싱귤레리티(singularity, 특이점)'가 도래할 때 인류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와 걱정의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오늘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충격의 불계패를 당했다. 생각보다 미래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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