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이직문화 차이
<이 글은 이전 글을 재가공하고 내용을 추가한 글입니다>
#1.
몇 달 전 팀 동료 D가 회사를 떠났다. 우리식으로 보면 '대리(선임)'급 주니어 엔지니어였는데, 워낙 똘똘해서 팀 내 영향력이 꽤 높은 친구였다. 평소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많이 제시했고, 스킬 셋도 뛰어나 다양한 방면에서 팀에 큰 공헌을 해왔다. 경쟁사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해킹에 버금가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직접 진행해 미공개 정보를 뽑아낼 정도였다. D는 회사에 근무한 지 3년 정도 되었고, 평소 보여준 역량대로라면 빠른 진급도 가능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팀 내 입지나 그가 평소 보여준 열정을 봤을 때, 적성이 안 맞거나 스트레스가 과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온라인 회의에서 D는 팀원들과 간략히 인사를 했다. 모두들 그간 회사에 보여줬던 기여를 높이 샀고, 그의 새로운 커리어 시작을 축하해 주었다. D는 캐나다 현지에서 원격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오프라인 환송회도 없었고, 따로 만나 이직에 관련한 개인적이며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그의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미국은 자신의 이후 진로를 말하지 않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달 뒤 그의 링크드인에서 소속 회사가 업데이트되었다. 이미지를 그려주는 AI로 급부상중인 영국의 스타트업이었다.
#2.
한 달 전 팀 동료 S도 회사를 떠났다. S는 업계 경력이 꽤 되는 경력자였고, 경험이 많아서인지 평소에 능숙하게 일처리를 했다. 업무상 나는 S와 함께 일을 자주 했는데, 덕분에 여러모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특히 S는 대인 관계가 좋아서 평소 팀원들의 지지를 받는 편이었다. 자신의 스킬 셋을 기꺼이 공유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끼치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몇 달 전이었다. 매니저로부터 새롭게 받은 업무가 자신의 전문 분야와 다소 상이했기에 이를 혼자서 처리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마감이 다가오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자, 나와 다른 팀원이 함께 그 일을 돕기 시작했고, 우리는 매일 미팅을 하면서 급하게 일을 진척시켰다. 후일 들었지만 이즈음 S는 매니저에게 많은 불만을 쏟아냈다고 했다. 자신의 적성, 전문성과 맞지 않는 일을 6개월 가까이하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알지 못했다. S는 팀원들과 일할 때 전혀 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잠시 S와 소통을 멈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S로부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너와 함께 일하는 것은 멋진 경험이다. 너는 훌륭한 엔지니어고 너와 함께 일할 주니어들은 특권을 가진 것이다'라는 칭찬이었다. 다소 뜬금없어 의아했지만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고맙다. 너도 뛰어난 엔지니어다. 너와 일할 때 나는 발전하는 것을 느낀다'라고.
그로부터 며칠 뒤 온라인 팀미팅에서 매니저로부터 공지를 들었다. 오늘은 S가 이 회사에 일하는 마지막 날이라고. S는 팀원들과 환하게 인사를 했고 우리 팀의 무운을 빌었다. 나는 그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했다. 일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었다. 매니저에게 듣기로는 S는 재취업을 하지 않고 당분간 쉬기로 했다고 한다. 몇 달 쉬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충분한 재력가라고.
#3.
이전 직장에서도 회사를 떠났던 동료 K가 있었다. K는 스탠퍼드 석사를 마치고, 인턴을 거쳐 11년간 근속 중이었다. 한 회사에서 11년이면 실리콘 밸리치고 꽤 긴 셈이다. 그만큼 회사나 자신의 일에 만족도가 높았다는 뜻이다. 워낙 유능했던 그 친구는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연구 업적을 여러 차례 상용화시켰고, 연구팀을 실질적으로 이끌던 테크 리드의 역할을 겸하기도 했다.
매니저를 통해 그의 이직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드디어 때가 왔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의 학계, 업계에서 인지도를 생각해 보면 언제 이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분명히 그동안 타사로부터 많은 기회를 제안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내의 많은 이들도 그의 이직에 대해 'Big Loss'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대부분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줬다.
그가 회사에 출근하는 마지막 날, 매니저는 온라인으로 환송회를 개최했다. 팀원을 포함하여 그 친구를 아는 사내의 모든 엔지니어들이 초대되었는데, 사내 네트워크도 무척 넓어서인지 참석자만 50여 명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아쉽다", "새로운 곳에서도 잘되길 바란다", "너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고맙다"라며 K에게 감사, 축하,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떠나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들도 모두가 웃으며 덕담을 나누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4.
2년 전 이 맘 때쯤 나는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에 온 지 5년 차에 접어들었고, 이제 슬슬 할 때가 된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진급을 빠르게 하지 않는 이상, 미국에서는 한 회사에 오래 남아있으면 시장가 대비 자신의 몸값만 떨어지게 된다.
연구직에 대해서 슬슬 회의감도 느끼고 있었고, 리쿠르터들에게 연락도 자주 왔다. 그동안 연락들에게 대해 정중히 고사하거나 읽씹을 해왔는데,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본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한 회사와 적극적으로 진행했고, 좋은 결과가 있어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유는 경제적인 면, 일에 대한 회의감 모두 해당되었다. 미국으로 건너오며 당시 연봉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못해서인지, 연봉에 대해서 아쉬울 때가 많았다. 내게 계기가 필요했고 그것은 이직이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일, 새로운 관계를 통해 경력을 리부트 하고 싶었다.
미국에 온 지 7년 차에 접어든다. 그 기간 두 회사를 다니면서 상당히 많은 이직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동종 반도체 업계, 빅 테크 S/W 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회사로 이직을 했다. 나보다 먼저 이 회사에 입사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나보다 늦게 입사한 친구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들의 빈자리는 같은 업계로부터 온 새로운 경력자들, 대학원을 졸업한 신규 박사들, 인턴들로 채워졌다. 평균 근속 연수가 3년이 채 안 되는 실리콘 밸리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리콘 밸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회사에 입사가 확정되면 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는데, 이 계약서에는 ‘At-Will’이라는 아주 유명한 문구가 존재한다. 직역하면 '마음대로'쯤 되겠는데, 고용주는 불법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어떤 이유로든 법적 책임 없이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가 임의로 직원을 해고시킬 수 없도록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한국의 근로환경을 생각하면 상당히 무시무시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반면 능력 있는 개인들에게는 그만큼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이다. 직원은 불리한 법적 결과 없이 이유 불문 언제든지 자유롭게 직장을 떠날 수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원들은 좋은 기회가 찾아오면 아무런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 그리고, 발 빠른 친구들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를 해둔다. 선배 동료들에게 기술이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의 성과가 타사에서도 높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한국 회사라면 자신의 경력을 위해 일하는 이런 직원들의 태도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그만큼 동기 부여를 확실히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는 이러한 노동 유연성을 철저하게 고수한다. 직원이 스스로 일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날 때 조직의 생산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언제, 어떤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일까? 미국 직장 평가 사이트 글라스도어(glassdoor)가 실리콘 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복수 응답 가능)을 실시한 일이 있다. 그 결과 이직의 이유로 다섯 가지가 뽑혔다.
가장 많았던 응답은 뭐니 뭐니 해도 연봉과 보상(78%)이었다. 딱히 기업 문화나 근무 환경에 불만이 없어도, 더 좋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이직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나의 이직사유도 이에 해당했고, 짐작건대 앞에서 언급한 내 전 동료들 D, K도 마찬가지 었을 것이다.
다음 이직 사유로는 경력 성장의 기회(76%)가 뽑혔다. 통상 신입으로 입사해 몇 년을 보내다 보면 일에 익숙해져 정체되는 느낌에 빠지게 된다.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이직을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력 성장도 결국은 더 나은 연봉과 보상에 대한 기대심리에 따른 것이므로 첫 번째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 직장에서 업무에 충실하는 것도, 다음 회사에 더 나은 조건으로 입사하기 위해서이다. 즉 현재의 경력을 지렛대로 삼아 미래의 경력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앞에서의 내 동료 D가 이에 해당하는데, 조직에서 계속 능력을 발휘했지만 점차 일에서 발전 가능성을 찾지 못한 것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인 인공 지능으로 경력 경로를 수정한 것이다.
나머지 이직 사유로 업무형태(58%), 기업문화(53%), 위치 및 출퇴근(41%) 등이 뒤따랐고, 소수의견으로 매니저나 동료와의 관계, 회사의 평판, 일의 양 등의 이유들도 있었다. 앞의 예에서 동료 S의 경우가 이 소수의견에 해당한다.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가 이직을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면, 결국 그들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물 경기에 따라 시기마다 양상이 다르긴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은 언제나 뛰어난 인재를 찾고 있다. 앞서 말했듯, HR 직원들은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능력 있는 경쟁사 인력들을 주시하고 수시로 연락해 이직 의사를 묻곤 한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다 보면 타사 HR에서 참 많은 연락을 받는다.
'당신의 훌륭한 이력이 마음에 든다. 당신에게 맞는 멋진 일이 우리에게 있다. 한번 지원해 보겠는가?'와 같이 타사 HR 직원의 칭찬이 입에 발린 아부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소 10-30% 연봉 상승이 기대되는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 기회가 찾아온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하다가 팀원이 회사를 떠난다고 할 때 딱히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회사에서 머물던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예. 1년 미만) 경우가 아니라면, 이직이 잦다고 한국처럼 '조직 부적응자'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흔히 쓰는 잡 호핑(Jop Hopping)이라는 말도 그다지 쓰지 않는다.
오히려 '이직'을 잘 해내는 인력을 능력자로 인식한다. 이직이 자신의 가치를 능동적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가시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5년간 근무하며 그 원리를 깨달았던 나도 그 대열에 탑승한 것이다.
물론 요즘과 같이 '레이 오프'가 일상이 되어가는 실리콘 밸리에서 비자발적 이직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이라고 엔지니어에게 '영원한 낙원'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통해 작성해보겠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적지 않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본 것 같다. 전 직장에서 11년간을 근무했으니 물론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겪을 기회가 꽤 많았다. 다만 차이점은 동종 업계 이직 방지 조항에 따라, 같은 분야의 경쟁사로 바로 이직하는 경우는 그다지 보지 못했다.
그들은 전공을 조금 바꿔 타 분야 대기업이나 국내 외국계 회사로 이직했고, 일부는 스타트업에 좋은 조건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다시 학계로 돌아가 교수로 임용되는 경우도 꽤 있었고, 일부는 유학을 떠났으며, 의학 전문 대학원이나 로스쿨 등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전 직장을 퇴사하기 직전까지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해외 기업으로 직접 이직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보곤 했다. 더 이상 한국의 인력들을 한국에만 붙잡아 둘 방법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능력만 있다면 점차 해외로도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 실리콘 밸리 다양한 장소에서 전 직장 동료를 만나 인사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되어 간다.
나를 포함한 이들이 국내 최고라 하는 대기업을 떠났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려운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가 확정되면서 모두가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아들, 딸들이 된다. 하지만, 회사를 계속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 아니 퇴사를 고민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하늘을 찌르던 신입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매사 적극적으로 업무에 자원하고, 자발적으로 야근을 불사하지만 이런 의지는 점차 사그라든다. 몇 번의 조직 개편을 겪고 자신의 의지로는 제어할 수 없는 현실을 맞닥트리며, 그 뜨거웠던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취업 자체가 힘겨운 목적이 되지만, 막상 어렵사리 입사한 곳에서, 더 이상 버틸 이유를 잃어버리는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 버리고 만다.
현회사에서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직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신입, 대리, 과장급 인력들은 시도할만한 또 다른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이미 그 기회를 놓쳐버린 나이 든 부장급 인력들은 뒤늦게 현실 자각 시간을 맞아도, 딱히 뾰족한 대안이 없기에 비자발적인 '버티기 모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월급만이 출근의 유일한 이유가 되어버리고, 풍파에도 쓸려나가지 않으려는 젖은 낙엽 같은 삶을 살아낸다.
후배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것은 이런 선배들의 뒷모습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이직을 꿈꾼다. 과거 몇 년간 한국의 서점가를 강타한 자기 개발서의 화두가 바로 '퇴사'였던 것이 괜한 이유가 아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누군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였다. '일이 많이 힘들었나?', '상사가 많이 힘들게 했나?'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이가 해소되면 비로소 "퇴사하고 뭐 한데? 어디 좋은 데 가는 거야?"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퇴사자의 퇴사 이유를 가장 신경 쓰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HR 담당자들이었다. 직원이 퇴사 의사를 밝히면 HR 부서와 지루한 면담이 시작된다. 직원을 붙잡기 위해 마지막으로 노력하는 셈인데, 회사도 한번 마음 떠난 사람을 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직원의 퇴사의 이유를 정확하게 알아야 조직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면담을 마친 퇴사자는 '내가 회사 다닐 때 이 정도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으련만'하고 씁쓸함을 다신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작년에 실시한 이직 사유에 대한 설문에서 다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는 이유로 10년 전에는 '연봉'이 가장 컸지만, 현재는 많은 이들이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을 더 중요시한다고 한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근무 여건이 좋고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개발자나 엔지니어들이 실리콘 밸리로의 이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에 기인한다.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경력만을 위해 일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넓어 능력만 있으면 연차와 상관없이 언제든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이 가능한 환경이 그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11년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마지막 출근을 하던 날, 직속상관이었던 임원은 내가 퇴사하게 되었다며 환송회를 공지하는 그룹 전체 메일을 보냈다. 그 임원은 자신이 작성한 메일에 내가 했던 일이 회사에 큰 기여였다며 과분한 칭찬을 담아 주었다. 누군가 회사를 떠나면 아무래도 조직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직장 문화에서 퇴사자를 기쁘게 보내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임원의 배려 덕분에 나는 해묵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새로운 경력의 한 장(章)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써내려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챕터를 마무리할 때쯤 나는 또 다른 '이직의 이유'를 발견했고 이 이유를 방법으로 바꿀 수 있었다.
고국에 있는 많은 분들도 모쪼록 여러분만의 이유를 찾아 성공적인 경력 성장을 일궈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 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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