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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틴 Jul 31. 2018

'미션'을 보면 스토리가 보인다

미션 전달로 보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오늘의 주파수: 당신이 동의한다면, 올 여름 미션은 <미션 임파서블>에 빠져들기


*이 글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은 덕후의 추측성이 난무하니 재미로 보시길 권장합니다.

  

미션 임파서블의 시리즈의 6번째,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이 지난주 개봉했다. 7월 중순, 톰 크루즈를 비롯한 맥쿼리 감독, 배우 헨리 카빌, 사이먼 팩이 내한하며 여러 행사들과 국내 예능 출연으로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함께 준 이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200만을 넘기며 국내 외화 영화 사상 단기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17일, 내한과 함께 열린 GV에서 맥쿼리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예측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즐겨달라”라고 당부를 했었다. 시사회 후 그가 얼마나 작은 것에 의미를 두는 척(?) 혹은 의미를 주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시리즈의 5번째 시리즈 <로그네이션>에서도 이런 장치가 존재한다 생각했는데, 각본가이기도 한 맥쿼리 감독의 경력을 생각하면 그 디테일이 있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디테일이  단조로웠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초반의 미션 수행을 좀 더 뜻깊게 보게 해줬다고 해야 할까? 어찌 됐건, <폴아웃>을 보고 나서 5편의 전 시리즈를 보고 나니 드는 생각은 '미션 전달이 그냥 전달을 하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Your mission, should you choose to accept it...
(당신이 동의한다면, 이번 미션은...)

꿈보다 해몽이 좋은 식의 풀이이지만, 미션 전달 방법으로 이 시리즈를 정리해보자는 마음에서 적는 글. 그리고 폴아웃이 재밌어서 쓰는 글. 이단 헌트는 죽어도 상관없는데 톰 크루즈가 촬영하다 크게 다치지 말았으면 하는 팬심으로 쓰는 글. 쓰다 보니 억지스럽지만 톰 크루즈 빼곤 모든 시리즈 스토리를 기억할 수 없다는 말에 전 시리즈를 잘 기억해보자는 의미에서 정리해보는 글이다.


미션임파서블 1(1996),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미션 전달/ 비디오 테이프

미션 임파서블 1(1996)

인기 드라마를 극장으로 옮겼다는 데 의의가 있는 첫 시리즈다. 드라마에선 미션 수행을 사진, 파일철, PMP, LP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었지만, 영화에선 비행기 내 비디오테이프로 미션을 전달받는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5초 후 연소가 된다.


스토리의 중요한 순간들이 영상을 통해 진행되고 밝혀진다는 점이 내 눈에 들어왔는데, 드라마 때보다 더 시간이 흐른 1996년이니 그때보다는 영상이 더 발달돼서 생긴 설정이 아닐까 싶다. 당시에 흔하게 보였던 최신 기술인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은 이제는 볼 수 없는 추억의 물건이다.(지금 20대들은 모를 것 같은 그 물건.. 왜 나는 알지)


미션임파서블 2(2000), 감독/ 오우삼, 미션 전달/ 미사일+선글라스

미션 임파서블 2(2000)

2편에서는 이단 헌트가 본격적으로 팀 리더로서 죽음의 문턱을 오가며 미션을 수행하는 포맷이 구축되었다. 미션 전달은 시리즈 전체를 포함해 가장 거창하게 받게 되는데, 죽을 고비를 넘기며 클라이밍 하고 올라간 황무지의 절벽에서 헬기에서 쏘아진 탄환 안에 있는 선글라스를 쓰고 받는다. 심지어 휴가 중에 불러내서 이런 식으로 미션을 주다니, 이쯤 되면 IMF 악덕 기관..

폭발하기 전에 선글라스를 던지는 이단 헌트의 모습은 시리즈 내에서 꼽는 명장면이 되었지만, '홍콩 누아르'하면 생각나는 선글라스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행선지를 말하고 가면 휴가가 아니죠.”라고 몇 번 말하는 것에서 선글라스가 휴가의 상징을 말하는 것인지.

어떻게든 붙여보고 싶지만, 2편에서만큼은 미션 전달 방식으로 영화 속 어떤 스토리도 예측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미션 전달 방법을 통해 이 영화가 얼마나 비주얼에 중심을 주려고 하는가 알 수는 있었다.  


미션임파서블 3(2006), 감독/ J.J. 에이브럼스 , 미션 전달/ 1회용 수동 카메라

미션 임파서블 3(2006)
3편으로 돌아오는데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후 돌아오며 2편에서 보여준 겉멋은 버리고 전형적인 첩보물을 강화시켰다. 또, 이단 헌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번 편<폴아웃>에서 나온 전 부인 줄리아와의 시작도 볼 수 있다.


미션 전달은 작은 마트에서 1회용 수동 카메라로 받게 된다. 원래는 디지털카메라였는데 JJ 에이브럼스와 친한 스필버그 감독이 1회용 카메라가 더 어울리지 않겠냐 해서 바뀌었다고 한다. 전작에서 거창하게 받은 것에 비해 아주 일상적인 곳에서 일상적인 물건을 통해 받게 되는 미션 수령이다.


카메라라는 것이 추억을 남기는 물건인 만큼 그만큼 이단 헌트의 개인사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줄리아와 이단이 너무 잘 어울렸기에, 앤딩을 보고 나서 그들이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길 바랬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고스트 프로토콜>과 <폴아웃>에서 만날 수 있다.


미션임파서블 - 고스트프로토콜(2011), 감독/ 브래드 버드 , 미션 전달/ 공중전화기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2009)
시리즈의 4편부터는 숫자 대신 부제가 붙기 시작했다. 제작자인 톰 크루즈가 시리즈에 숫자가 붙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부제들은 극 중 배우들의 입을 통해서 한 번씩은 언급된다.

<고스트 프로토콜>에서의 미션 전달은 공중전화기로 이뤄진다. IMF에서 러시아의 한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이단 헌트를 탈출시킨 후, 이단 헌트는 길거리의 한 허름한 공중전화기를 통해 미션을 수령한다. 고스트 프로토콜이란, 미국 정부에서 IMF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겠다는 일종의 전령인데, 미션을 수행하는 중 러시아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고스트 프로토콜을 시행하고 이단 헌트의 팀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스스로 찾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외국 감옥에 수감돼도 요원을 보호해주며 외국의 공중전화기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IMF는 요원들에게 든든한 지원을 해준 셈인데, 이를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해지게 된 것이다. 5초 후 연소가 되지 않아 이단 헌트가 주먹으로 쳐서 터트린 공중전화기는 쉽게 일이 풀리지 않을 일이 펼쳐짐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미션임파서블 - 로그네이션(2015),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 미션 전달/ LP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2015)
앞서 말했듯 맥쿼리 감독은 각본가답게 미션 전달도 세세한 연출을 했다. <로그 네이션>에서의 미션 전달은 시리즈 내내 단조로웠던 것과 달리 미션 전달 자체가 함정이 된다.

<로그네이션>의 미션 전달은 런던의 한  LP샵에서 이뤄진다. 점원으로 있는 요원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신원을 확인 후 한 LP판을 받는다.

요원: 특별히 찾는 게 있나요?
헌트: 뭔가 드문 것을 찾아요.
요원: 알아맞혀 볼게요. 클래식인가요?
헌트: 재즈요.
요원: 색소폰은요?
헌트: 존 콜트레인
요원: 피아노는요?
헌트: 델로니어스 몽크
요원: 베이스 연주는 섀도 윌슨인가요?
헌트: 그는 드럼을 쳤죠.
요원: 운이 좋으시네요.(LP를 주며) 왜 그를 섀도라 불렀는지 아나요?
헌트: 드럼을 부드럽게 연주했기 때문이죠.

여기서 그들이 말하는 앨범은 재즈 음악가 몽크의 앨범이다. 이단 헌트가 찾는 앨범은 몽크가 죽은 후 2년 후에 발매된 앨범인데, <로그네이션>에서 첫 등장한 영국 정보원 '일사 파우스트' 또한 2년 전 사라진 설정으로 나온다. LP판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은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싶다. 극 중 언급된 LP에 수록된 곡은 <Ruby, My Dear>이다.


미션임파서블 - 폴아웃(2018),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 미션 전달/ 책 <오디세이아>

미션 임파서블-폴아웃(2018)

전편에 이어 맥쿼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고전뿐만 아니라  시리즈에서의 오마주  디테일을 잡는 것이  깊어진 느낌이다. 오프닝인 이단과 줄리아의 결혼식 장소는 3편에서 줄리아와 이단이 처음 만났다는 뉴질랜드의 와나카 호수이다. 화이트 위도우의 자선 행사서 화이트 위도우는 엄마의 이름이 '맥스'라고 말한다. 여기서 맥스는 1편에서 암거래상으로 나오는 맥스이다. 암호를 얻기 위해 병원 세트까지 만든 IMF 모습 또한 1편에서도 나왔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즐겨  팬들에겐 이런 장면을 찾는 재미가 있다.

<폴아웃> 미션 전달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이뤄진다. 그곳에서 이단 헌트는 우편 원인 요원과 대화를 통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받게 되고  안의 미니 프로젝터를 통해 미션이 전달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은 오디세우스와 이단 헌트의 상황이 비슷하다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정을 떠난 방랑, 변신의 귀재라 불리는 오디세우스와 사랑하는 부인 줄리아를 헤어져 대의를 위한 여정을 다니던 이단이 결국 줄리아를 만나게 된다는 , 전편 <로그네이션>에서부터 묘했던 이단과 일사였는데 일사가 줄리아와 만나는 씬에서는 오디세우스를 곁에 두고 놔주지 않았던 요정 칼립소처럼 곱게 머리를 땋고 있다는 . 물론, 영화는 <오디세이아> 전체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진행된다. 하지만, 벨파스트에 <오디세이아> 전용 극장이 있다고 하니, 괜히 벨파스트에서 미션 수령을   아닐  같다는 생각이다. 이쯤 되니, 뭐가 있을까 예측하지 말고 즐기라는 맥쿼리의 말은, 내가 그만큼  심어놓았다는 말인가 싶어 졌다.



계속 보다 보니 '무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건 그저 덕후의 집착일 수도 있겠고 모든 것은 그냥 우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덕후란 작은 것 하나 지나치지 않고 파고들고 몰입하며 즐거워하지 않던가. 그저 액션만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갈수록 스토리도 탄탄해지는 <미션 임파서블>이 오래 이어지기를, 그저 톰 오빠의 건강을 기원할 뿐이다. 더위에 지쳐 머리쓰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면 6편의 <미션 임파서블>과 주파수를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즐겁게 쾌감을 느끼기에 이만한 시리즈도 없다.

한국 흥행을 감사해하며, 7월 마지막 날에 감사를 표현한 톰 크루즈. 다음 내한 때는 한국말 배워서 오실 기세..


-참고-

글: <미션 임파서블>의 영웅 헌트는 재즈 기인 몽크의 팬인가? https://www.indiepost.co.kr/post/294

이미지: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 앤딩 크래딧 https://www.youtube.com/watch?v=MMKLCAv443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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