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추운 겨울 눈 내리는 날 새벽에 태어난 아기는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예쁜 여자아이였다. 동네 사람들은 하던 일을 놓고 아이를 보러 오셨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생일이 뭔지 모르고 지냈다. 부모님은 사느라 바쁘셨고, 생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너는 안 날라고 그랬는디 생겼어야"
엄마는 정말 아기를 낳지 않으려고 수술을 했는데 내가 생긴 거였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생명이었다.
처음 생일 축하를 받은 기억은 성인이 된 이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였을 것이다. 그때는 음력으로 된 생일날을 양력 계산했다. 생일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 선물을 주고받았다.
해마다 수첩을 새로 장만하면 제일 먼저 하던 일이 생일을 찾아 표시하는 거였다. 1월이 되기도 하고, 2월이 되기도 한다. 어느 해인가는 생일이 없었다. 윤달이었다. 나는 음력 12월에 태어나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것이다.
나이가 한 살씩 더 먹어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 생일을 물어왔고 나의 생일을 알려주려면 수첩을 찾아보아야만 했다. 수첩이 없을 때는 '생일이 언제인지 몰라요.' 하면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 이후 나는 태어난 날인 약력 생일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진짜 생일 같은 느낌이 없었다.
지금은 아주 간편하게 주민등록상의 음력 생일을 생일로 정했다. 날짜가 변하는 것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따로 외울 필요도 없다. 그런데 생일날이 되면 생일 같지 않은 것이다. 생일 축하를 받아도 뭔가 부족했다. 세 번의 생일날을 가지고 있지만 진짜 생일이 하루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