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금지된 여행

by 약산진달래

꿈을 쫓아다니며 살던 청춘시절이 있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나는 다음 목적지는 대만으로 정했다. 그러나 4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의 생활은 나를 대만으로도 다른 해외로도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한국에 주저앉아 버렸다.


거의 10년 만에 중국에서 교제하던 지인들과 대만 여행을 계획했다. 친하게 지낸 언니가 대만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니를 만나고 싶었고, 가지 못한 대만을 가보고 싶었다. 지인들과 여행 날짜를 맞추고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프셔서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몇 년 후 다시 대만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언니와 함께 하는 휴가였다. 비행기 표를 구매하고 호텔 예약을 마친 상황이었다. 여행에 대한 세부계획을 짜고 여행지와 현지 맛집을 체크하며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쓰러지셨다. 엄마의 상태는 위중했다. 나는 언니와 계획한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2020년 1월 홀로 떠나는 대만 여행 계획을 잡았다. 엄마를 돌보며 지친 나를 위한 휴가였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중국 내에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외국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나는 여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20대 때 생각한 현재의 내 모습은 한국에서 죽치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해외에서 여행을 하며 집시처럼 지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의 삶은 틀에 박힌 생활을 하며 해외 어디로도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방랑자의 피가 꿈틀 거린다. 언제쯤 꿈의 한 발을 내디딜 대만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나이가 더 들어 몸이 녹슬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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