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에 지금은 집집마다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다면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는 집과 집 사이에 울타리 대용으로 탱자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섬마을의 시골집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어준 것이 바로 탱자나무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탱자나무를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몇 해 전 가을 시골에 내려왔다가 아버지 산소를 가던 길이었다. 공동묘지를 지나다가 야산에 있는 탱자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탱자나무에 탱자가 탱글탱글 열려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어 탱자나무에 가시가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풀덤불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탱자를 따려고 했다. 가시에 손이 질기고 긁혔지만 노란 탱자를 손에 쥔 것만으로 어린 시절로 소환되는 기분에 행복해졌다.
어린 시절 탱자의 기억을 떠올리니 교회를 가다 보면 들어가는 입구 옆집에 탱자나무가 있었다. 교회를 가다가 탱자를 따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시린 맛이 얼마나 강하게 내 기억으로 파고들어 왔는지 지금도 혀끝에 침이 가득 고인다. 지금은 감히 먹어볼 생각도 안 할 탱자인데 그때 그 시절 씨가 반 이상인 그 시린 탱자를 오물오물 잘도 먹었던 기억이 떠올려진다.
탱자나무가 있는 길을 걸어갈 때면 자연스레 탱자나무 쪽으로 눈길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탱자나무 꽃이었다.
어렸을 때 분명 탱자나무 꽃을 봤을 텐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듯한 꽃이다.
"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나의 가시는 뾰족하답니다. 가까이 오면 가시로 찌를 거예요. "
순수한 순수한 꽃을 피우지만 길고 뾰족한 가시나무 탱자나무였다. 가시를 내었지만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고 열매는 약으로도 쓰이는 쓸모 있는 나무였다.
시골에 내려오면 내가 자주 지나가는 길에 탱자나무가 있고 탱자 꽃이 피어난다. 다시 가을이 되면 노랗고 튼실한 탱자가 열릴 것이다. 나는 또 가시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탱자 열매를 딸 것이다.
탱자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길고 뾰족한 가시가 달린 하얀 꽃
순결한 탱자나무 꽃
바람과 폭풍을 막아주고
모진 세상 가운데 묵묵히 섬마을 지키기 위해
가시로 온몸을 휘감은 가시나무
마치 소녀 시절 섬마을 가시내들처럼 ~
가시를 가진 나무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여기는 조약도
약초의 섬 약산
탱자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