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한달 살기
섬마을 농부의 일손이 바빠졌다. 바로 벼농사를 하기 위한 그 첫걸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모를 기르기 위해 못자리를 만드는 작업 시기인 것이다. 흙과 볍씨가 파종된 것을 모판이라고도 하는데 그냥 비어있는 상자도 모판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이미 자란 모판을 농협에서 판매한다고도 하는데 섬마을 농부는 모를 직접 길러 벼농사를 짓고 있다.
모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리 판과 흙 그리고 볍씨가 필요하다. 섬마을 농부는 모판을 만들 판과 흙을 이틀 전 들여오기 시작하더니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지만 아침부터 자동화 기계를 조립하고 있었다. 섬마을 농부에게 빨강 노랑 원색의 기계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모판을 만들기 위한 모판 자동 이송기라고 소개해 주었다.
모판 이송기를 다 조립을 마치니 트럭들이 섬마을 농부의 창고 앞으로 한 대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집 주변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모인 일꾼들을 보니 모두 섬마을 농부 또래의 20대나 30대였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일찍부터 농사를 짓기로 한 젊은이들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모판을 만드는 일은 동네 할머니들이 도와주었다. 이제 일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동네에 몇 명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섬마을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서로 도와 가며 일하는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모판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니 자동 이송기에 연결된 자동 파종기에 판을 올리면 파종할 볍씨와 흙이 자동으로 모판에 반듯하게 깔린다. 자동 이송기가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을 대신해 이동해 주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시골의 대체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준비된 모판을 논으로 옮겨 미리 마련해 놓은 못자리에서 모를 키우기도 하지만, 섬마을 농부는 비닐하우스에서 자동으로 물을 주며 모를 키우고 있다. 모판에 모가 싹이 나고 어느 정도 자라면 논으로 이송되어 벼를 재배하기 위한 모내기가 시작된다.
아버지 시대에는 이 모든 일을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필요한 일손은 동네 사람들과 품앗이를 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할 때 엄마는 늘 새참을 준비했다. 새참을 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논으로 들로 심부름을 갔는데, 바구니 안에는 국수나 집에서 직접 만든 개떡이 들어 있었다. 마침 집안일로 개떡과 쑥떡을 방앗간에서 맞추어 둔 것이 있어서 새참으로 들고나가보았다. 새참을 내려놓고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 서성 거려 보았다.
모판 만들기 기계 앞에 젊은 농부들이 한 명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 같은 나그네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찬바람이 일하는 내내 불었지만, 오늘 안에 모판 만들기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인지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젊은 농부들은 일손을 늦추지 않았다. 젊은 농부들은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웃고 떠들며 즐겁게 일을 했다.
일손이 부족한 시골은 자동화 기계의 도움을 받아 쉽게 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빠져서는 안 된다. 다행히 외국인들이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었고, 섬마을 농부 또래의 젊은 농부들이 서로 협력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농촌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만 느껴진다. 젊은 농부들이 지키고 있는 섬마을 농촌의 미래가 모판에서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