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의 모험

시골에서 한달 살기

by 약산진달래

강아지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이 이름 저 이름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했다. 시골에 내려온 오라버니는 털색이 누런색이어서 인지 바로 누렁이라고 불렀고 그때부터 시골의 강아지 이름은 누렁이가 되었다.

주말에 가족모임이 있어 오라버니가 시골에 내려왔다. 점심을 삼겹살에 산나물과 함께 막걸리를 한잔 걸치더니 술이 취한 오라버니는 갑자기 누렁이를 집안으로 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안된다고 강하게 말했지만 강아지에게 사랑을 한번 받아본 오라버니는 누렁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시골에 내려올 때마다 누렁이의 간식을 사들고 오는가 하면 산책을 시켜주기도 했다.


누렁이를 집 안으로 못 들이게 하자 약간 취한 오라버니는 목욕을 시켜서라도 집안으로 들이고 싶어 했다. 바람도 많이 불어 추운데 무슨 강아지 목욕이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이번에는 누렁이를 데리고 만봉에 가자고 하는 것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만봉까지 간다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누렁이는 산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높은 산까지 누렁이가 따라갈 수 있으려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라버니는 무작정 누렁이를 데리고 집을 나서더니 아스팔트를 길을 걸어갔다. 누렁이는 힘차게 앞서서 풀들의 냄새도 많고 배설도 해가며 아스팔트 길을 잘도 걸어갔다. 그런데 이 녀석 힘이 장난이 아니다. 오라버니의 손에 쥔 목줄에도 힘이 가해졌다.


공동묘지 앞 등산로 입구 이제부터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산길을 올라가면서부터 오라버니는 대담하게 누렁이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다행히 누렁이는 도망가지도 가지도 않고 산길을 따라 잘도 산행을 하는 것이다. 목줄이 없는 자유함이 있었는지 더 힘차게 산행을 했다.


누렁이와 한 시간 정도를 걸어 이제 계단만 오르면 토끼봉 정상이었다. 계단으로 되어 있는 길을 올라가는데 누렁이는 무서워서 올라오지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나 봤더니 바위틈 새의 길도 아닌 험한 곳을 걸어서 토끼봉 정상까지 따라 올라왔다. 갑자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토끼봉 정상에 올랐지만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급하게 내려와야 만했다.


누렁이는 내려올 때도 다른 길로 세지도 않고 산길을 잘도 내려왔다. 아스팔트 돌로 길에서 목줄을 메야 되지 않냐고 했는데 혼자서 앞서 가다가도 오라고 부르면 다시 달려오는 누렁이가 대견했는지 오라버니는 누렁이의 목줄을 절대 메지 않았다.

무사히 집까지 누렁이는 목줄을 메지 않고 잘 도착했다. 누렁이와의 첫 산행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넘쳐 나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누렁이는 잘도 산을 뛰어오르고 내리고 하며 오라버니의 지시에서 벗어나지 않고 함께 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 바로 옆에 있었던 누렁이가 목줄을 메려고 하는 순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누렁아~" 누렁이를 부르며 집 주위를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누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목줄이 풀려 집을 나갔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지만 남의 집 강아지를 데려다가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목줄을 메자고 했는데 왜 메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만들었냐고 오라버니에게 잔소리를 해봤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오라버니는 누렁이 찾아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다행히 누렁이는 마을 안쪽에 살고 있는 다른 강아지가 있는 집에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울음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던 듯하였다. 목줄 없이 산행까지 다녀온 누렁이는 집에 도착하자 목줄에 다시 묶일 것을 알았는지 자유로운 몸의 마지막을 친구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다시 목줄에 묶여 집을 지키고 있는 누렁이이지만 방 문을 열고 나오는 나를 보면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한다. 자신을 아껴주는 이가 있고 언젠가는 다시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모험을 즐 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듯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대는 누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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