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라고 한다.
서울 지하철역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에 장애인들을 위해 계단에 전동리프트를 설치해 놓은 역들이 있다. 가끔 지하철에서 높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고 있을 때면 휠체어를 탄 손님이 전동리프트를 타고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때마다 우리나라 장애인을 위한 개선이 참 많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버스만 해도 그렇다. 문턱이 아주 낮은 버스로 바뀌었을 때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해 놓았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였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 복지 참 많이 좋아졌구나~~생각하며 감탄을 했다.
엄마가 걷지 못하게 되고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도 없게 되자, 내가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다니고 있다. 그런데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나라가 얼마나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하기에 불편한 나라인지 말이다. 특히 도로는 장애인들이 다니기에 정말 불편하고 곳곳에 위험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휠체어를 타거나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집 밖은 위험하다. 정말 용감하지 않고는 혼자서 다니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를 돌보기 시작한 후 험한 도로를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고 산책을 다녔더니 나의 손등은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관절염이 생겼다. 그런 것이 이제는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며 손가락 저림으로 번지게 되었다. (핸드폰을 많이 사용해서 생긴 병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이르니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것이 사실 부담이 많이 되고 있다.
전동 휠체어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았지만 두 가지 문제점을 깨달은 후 포기했다. 첫째는 본인 스스로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점과 휠체어에 탄 사람이 아닌데 전동 휠체어를 뒤에서 조정하는 것은 도로의 굴곡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포기했다.
휠체어를 밀고 나가면 도로가 얼마나 굴곡이 심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휠체어의 무게와 사람의 몸무게를 포함한 무게를 지탱하며 울퉁불퉁한 도로를 안전하게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손에 힘을 주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번이라도 더 산책을 시켜드리고 싶어도 나의 건강을 위해 조금씩 자제를 하게 된다. 광주에서는 그럭저럭 험한 길들을 파악했기에 조심하며 무리하지 않은 선의 평평한 길들을 택하여 휠체어를 밀고 다닌다.
문제는 시골에 와서이다. 첫째 시골집이 현대식으로 되어 있지 않아 턱이 너무 높고 턱이 많다는 것이다. 집으로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에 턱을 하나 넘어 바로 한 번 더 신발을 벗는 곳에서 턱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두 개의 턱을 넘으면 바로 높은 방 문턱이 있다. 방에서 거실 쪽으로 움직일 때도 턱이 있고 화장실을 가야 할 때도 턱이 있다. 이렇게 높은 턱을 휠체어를 탄 채 들어서 움직여야 하므로 손에 무리가 많이 가고 있다. 시골집의 개조도 생각하고 있지만 계속 살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지내러 내려오는데 큰돈을 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시골집의 개조는 생각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골집의 턱들은 며칠 지내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편하게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무료해하는 엄마를 노인정에 모시고 갔더니 더 큰 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노인정 입구의 계단 두 개다. 그 두 개의 계단은 하나씩 하나씩 휠체어를 밀어 올려 보려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겹게 방까지 들어가서 나올 때도 문제이다. 두 개의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위험하기도 할뿐더러 손에 무리가 가고 타고 있는 엄마도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인정 입구를 경사로로 만들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손등과 손가락이 무리가 온듯해 엄마와 함께 한의원을 다니러 갔다. 그런데 한의원 입구에서 가장 큰 턱을 만날 줄을 상상도 못 했다. 차에서 내려 한의원 입구를 보니 나무 경사로가 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올라가는데 어딘가에 자꾸 막혀 올라가지 않았다. 너무 힘이 들어 경사가 그렇게 높지도 않은데 휠체어는 반도 올라가지 못했다. 올렸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다가 힘차게 한번 올렸는데 그만 엄마가 휠체어에서 떨어질 뻔했다. 다행히 휠체어 끝에 엉덩이를 데고 계셔서 위험한 상황을 면하기는 했지만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작은 실수에 악몽 같은 현실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본 간호사분들이 달려와 도와주어 간신히 엄마를 휠체어에 다시 태웠다. 한의원 경사로를 자세히 보니 미끄럼 방지턱처럼 만들어 놓은 가로로 된 나무가 휠체어의 바퀴가 올라가는 것을 막았던 것이었다. 별로 높지도 않은 한의원 경사로를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간호사분들은 뒷문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에 엄마에게 안전벨트를 채우고 다행히 뒷문을 이용해 엄마를 모시고 침을 잘 맞고 돌아왔다.
돌발 상황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힘들지만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사람도 정말 힘이 든다. 낯선 길이든 아는 길이든 시골길은 어느 곳에서 갑작스러운 위험이나 사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안전벨트를 꼭 채워서 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침을 맞고 왔지만 오늘 너무 힘이 드셨는지 몸살을 앓으셨다. 휠체어를 밀고 가는 정상인도 낯선 곳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처능력이 부족한데 정작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분들은 어떨까 생각해 보며 장애인의 날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