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대이동

by 약산진달래

시골마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관광버스가 아침부터 시간차를 두고 계속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오늘이 완도군에 속한 우리 섬마을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화이자 백신 접종 일이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섬마을 전체가 움직이는 유례없는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며칠 전부터 마을회관에서는 이장님의 방송이 아침저녁으로 이어졌다. 확성기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진다. 대충 들어보니 백신 접종에 대한 이야기와 접종을 신청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백신 접종 전날 운모실 노인정에 들렀다. 할머니들은 모두 감자를 심으러 가셨고 할머니 한 분과 아줌마 그리고 엄마를 모시고 내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 "백신 나는 안 맞으라네 "

나 "신청하셨으면 맞으셔야죠."

할머니 "신청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 "

아줌마 "지난번에 여기 노인정에서 맞는다고 이름 썼잖아요. "

할머니 "그래? 그거 맞아야 하나 안 맞아도 되지?"

나 " 무슨 일 생길까 봐 무서우면 자식들한테 물어보고 맞으라고 하면 맞으세요."

아줌마 "백신 맞고 죽으나 그냥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잖아요."


아직 백신 대상이 아닌 아줌마는 할머니들이 죽기 싫어서 안 맞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백신 맞기가 두려우신 것이다.

오후에는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백신 접종을 맞으러 갈 때 준비사항들에 대해 안내하며 접종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확인 전화였다. 엄마를 모시고 개인차로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빠지지 말라는 이야기와 준비사항을 전해주었다. 저녁에 핸드폰을 잘못 눌렀는지 면사무소에 전화가 걸렸는데 그냥 끊었는데 전화가 왔다. 면사무소에서는 어르신들 백신 접종을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접종을 앞두고 돛대 할머니는 저녁 내내 불안하셨는지 오줌 마렵다. 똥 마렵다 밤새 잠을 설치시고 접종 당일 윗집 눈 보 할머니는 12시에 차가 출발한다고 전날 몇 번을 말해 주었는데도 아침 9시부터 갈 채비를 마치시고 집을 나와 이곳저곳 다니고 계신다. 눈 밑에 사마귀가 생겨 서울 병원에 다녀오신 할머니도 예쁘게 차려입고 10시부터 나와 큰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출발 시간이 다 되어 돛대 할머니의 몸 상태를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섬마을 농부에게서 이장님이 할머니 빨리 모임 장소로 오라고 했다는 연락이 왔다. 할머니만 모임 장소에 안 나왔다는 것이다. 면사무소에 개인차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하고 차를 타고 나섰다. 모임 장소로 가는 도 중 유모차를 밀고 내려가시는 할머니를 모이는 곳까지 태워드렸는데 옆 마을 어르신들은 버스정류장에 모두 모여 있었고, 이장님이 인원 확인을 하고 있었다. 경로복지센터에 도착해 보니 대형버스 3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12시가 되어 출발하는 버스를 따라나섰다. 안내해 주는 대형차가 앞서가니 내비도 필요 없이 안전하게 접종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 면뿐만 아니라 다른 면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차들도 마을별로 시간을 맞추어 차례대로 도착을 하고 있었다. 완도군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는 완도 농어민 문화 체육센터였다.

열 체크를 마치고 대기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면 번호 순서가 되어 어르신들의 신분증을 확인한다. 다음 차례는 어르신들의 병력에 관한 조사를 하고 백신 접종 사인을 했다. 의사 선생님과의 예진을 마치고 백신 접종 주사를 맞게 된다. 백신 접종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난 후 마지막 순서는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다. 별 이상이 없다면 이장님의 인솔 하에 다시 타고 왔던 관광버스를 타고 마을로 돌아오도록 진행되었다.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마치 수련회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처럼 느껴졌다.

노란 잠바를 입은 코로나 백신 진행요원들은 대기 순서나 거리 두기에 상관없이 진행하는 어르신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귀가 잘 안 들리시는 분들의 귀가 되어 드리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휠체어를 준비해 놓는 등 편의를 아끼지 않았다. 어르신들 중 거리 두기와 상관없이 순서와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먼저 나오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게 백신 접종을 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안전요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모든 진행들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미 여러 완도군에 속한 섬마을의 백신 접종을 진행해서 인지 숙달된 백신 접종 현장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면사무소에서 확인 전화까지 왔다. 3일 정도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모니터링을 위해 확인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완도군에 속한 섬 마을의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처음에는 시골 어르신들을 위해서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 좋을 텐데 생각했었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난 후 멀리 완도읍까지 가야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의 시골 어르신들이 어려움 없이 백신 예방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완도군과 면사무소 직원들의 수고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4월 중순부터 시작된 완도 섬마을 어르신들의 1차 백신 접종 대이동이 안전하게 끝이 났다.

IMG_20210429_12560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매일 산소에 다니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