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아침 정해진 코스를 따라 다니고 있다. 시골의 아침 산책시간은 활력을 주는 시간이고, 내 몸 안에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자연이 주는 산소를 듬뿍 마실 수 있는 건강해 지는 시간이다.
현대인들은 가끔식 모든 것을 내려놓을 장소가 필요하다. 그곳은 비좁고 작은 공간일 수도 있고, 넓고 탁 트인 곳일 수도 있다. 언젠가 혼자 찾아간 곳에서 쉼을 얻었던 곳이거나, 누군가와의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오르는 곳 일 수도 있다. 기쁨과 슬픔을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은 장소 말이다
언젠가 티비에서 산소를 매일 가는 사람을 보았다. 산소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었다. 산소에 잠들어 있는 분과의 사연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곳은 외로움을 달래고, 사랑을 기억하며, 용서를 구하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위로를 받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더 산소에 애착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산소에 잠들고 있는 이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겠다. 산소에 움막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 옆에 산소를 만들어 사는 이들도 있다.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즘 시골에서 나의 하루 생활의 시작 패턴을 보면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행동을 하고 있다. 바로 산소로 산책길을 선택한 것이다.
바다를 목적지로 삼아 놓고 산책을 할 수도 있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산책을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산소를 향해 걸어가며 산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를 꼽는다면 가끔 시골에 내려올 때면 집 이외에 가는 곳이 산소여서 일 것이다. 습관처럼 시골에 내려오면 산소를 갔기 때문에 시골에 지내면서도 산소를 산책코스로 삼고 있다.
산소에 심어 놓은 꽃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보아야 하고 물도 주어야 한다. 잔디밭에 풀이 자라면 뽑아주어야 한다. 잠깐만 소홀히 해도 잔디밭에 쑥이 뿌리를 내리고,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산소 옆에 꽃 피우다가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 산딸기가 익어가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집에서 산소까지 올라가는 길 옆에 동네 어르신들 밭에 무엇을 심고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 둘러본다. 길가에 어떤 야생화가 피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일과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 길이라 우리 동네가 다 내려다보여서 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산소에서 한번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이다. 내 고향 다도해의 작은 섬들을 바라 보며 고요한 평안을 누리는 것이다. 내가 매일 찾는 이곳은 가장 전망 좋은 장소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산소의 주인이신 아버지를 빼놓았다. 시골에 내려와도 이제 아버지의 흔적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땅과 바다를 지키며 피 땀을 흘리며 일하셨던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