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에 90이 다 돼가는 할머니가 홀로 지내고 계신다. 남편이 돌아가신 지 20년도 넘었지만 혼자서도 씩씩하게 시골집을 지키며 잘 사시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길을 지나가다가 윗 집 할머니를 볼 때마다 혼잣말을 중얼중얼거리며 다니시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아리랑 아리랑 흥얼 걸리는 노랫소리도 들려온다. 어느 날은 밭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바삐 가시기도 하시고 어느 날은 동네를 어슬렁 거리고 다니시기도 하신다. 사람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시는 것 같다.
"막내야 마늘종을 묵을래?"
"저 위에 밭에 사람들이 마늘종을 뽑고 있길래 그냥 가서 막 뽑아왔다. "
갑자가 윗집 할머니가 집으로 찾아오셨다. 귀가 잘 안 들리셔서 가까이에서도 소리를 지르시며 말씀하셨다.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뽑길래 본인도 같이 뽑아 오셨다며 나누어 주시러 오신 것이다. 마늘종을 나누어 주시고 가시더니 바로 콩나물도 가지고 오셨다. 윗집 할머니 덕분에 마늘종과 콩나물로 하루 반찬을 해 먹을 수 있었다.
미루던 식자재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양파가 오랫동안 떨어졌는데 사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양파를 샀다. 3개에 2500원가량이나 했다. 돌아오는 길에 고금도 도로 큰길에 놓여있는 양파들을 발견했다. 얼마 전부터 고금도에서 양파를 수확하는 것을 보았는데 길거리에 놓고 팔 고 있었다. 지난번 이곳에서 생굴을 한 번 산 경험이 있어서 차를 주차했다. 바다의 물은 빠져 있고 하얀 강아지 백구가 양파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손님이 와도 짖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물끄러미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계세요"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도로 건너편에서 아줌마가 나오셨다. 작고 귀여운 검둥이가 아줌마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꼬리를 치고 따라다니는 모습이 정겨웠다. 양파 한 망에 만 원을 주고 구매하고 나니 양파가 너무 많아졌다.
양파를 윗집 할머니 댁에 나누어 주러 갔다. "웬 양파냐 너 묵재, 양파 볶아 반찬 해서 먹으며 맛나재 " 하시며 본인 밭의 양파를 아직 뽑지 않았다며 받으셨다. 양파를 나누어 드리고 돌아오며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할머니 집을 돌아다보았다. 여전히 혼잣말처럼 노래를 부르셨다. 외롭게 툇마루에 홀로 앉아계시는 할머니를 보자니 집을 지키며 땅을 지키며 혼자서 늙어가는 마지막 모습이 이처럼 적적해도 되는 것인가 생각이 든다.
시골집에 앉아있으면 지나가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들만 지내는 시골로 변해버렸다. 할아버지들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혼자 오래 못 사시는 것 같다. 할머니들은 혼자서도 오랜 시간을 잘 버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골에는 이제 홀로 되신 할머니들만 보인다. 홀로 집을 키시는 어르신들처럼 언젠가는 이렇게 잊히고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섬마을이다. 오늘도 섬마을 어느 집에서는 홀로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있다.